독자 개발 75톤급 액체엔진 시험
2021년 발사하는 ‘누리호’에 사용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시험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냈다. 만약 발사가 실패한다면 인간이 고려할 수 있는 범위 밖의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6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선 시험발사체 엔진 아랫부분에 위치한 화염ㆍ고온고압 가스 배출통로(노즐) 단열작업이 한창이었다. 발사체가 하늘로 솟구칠 때 노즐 온도가 2,000도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옥호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발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중 폭파할 수 있는 기폭장치까지 장착한 상태”라며 “막바지 작업 후 발사대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토 중인 유력 발사일은 10월 25일이다. 최종 발사일은 국가우주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10월 마지막 주중에서 발사 일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시험발사체는 이륙 후 63초 만에 음속(초속 340m)을 돌파한다. 엔진 연소가 종료(143.5초)된 이후 164초에 고도 100㎞, 313초에 최대 고도에 도달했다가 하락하기 시작해 발사 643초 뒤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사이 공해상에 떨어지게 된다. 항우연은 엔진이 73~77톤의 추력을 내고, 시험발사체가 최대 고도 180~220㎞까지 오르면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구성한 외부 전문평가단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옥 단장은 “시험발사체의 액체엔진과 발사 시스템이 그대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적용되기 때문에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려 중간 점검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유리 아르주마냔 러시아 S7 스페이스 고문도 “엔진 성능 확인을 위한 시험발사는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매우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S7 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 제니트를 활용,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업 위성 발사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다.
시험발사체에 쓰인 75톤급 액체엔진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 우주발사체 엔진이다. 2021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도 이 엔진이 쓰인다. 누리호는 1.5톤급 위성을 고도 600∼800㎞ 저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3단형 발사체다. 1단과 2단엔 시험발사체에 사용된 엔진이 각 4기, 1기 쓰인다. 3단에는 7톤 엔진 1기가 들어간다. 옥 단장은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하면 누리호의 발사 성공 가능성도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시험발사체 발사는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발 시대에 우주 주권을 갖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액체엔진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기까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소실 압력이 세지는 연소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16개월이나 걸렸다. 이 기간 20차례나 엔진 설계를 변경하고, 다시 제작해야 했다. 현재는 89회, 7,111초 누적 시험을 수행해 액체엔진의 신뢰도를 확보했다. 전 세계에서 75톤급 이상 중대형 우주발사체 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한 국가는 10개국도 안 된다.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하면 총 3단계로 이뤄진 누리호 개발 계획(사업비 1조9,572억원)의 두 번째 단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엔 3단형 발사체 발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1년 2월과 10월에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계획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번 발사가 실패하면 내년에 한 차례 더 시험발사체를 쏠 방침이다. 누리호 발사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아르주마냔 고문은 “발사가 실패했다고 해서 우주개발 계획을 멈추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주발사체는 매우 정교한 기기이기 때문에 발사 실패 원인을 고쳐나가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나로도(고흥)=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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