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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외국음식 먹어봤니?] 매콤 마라탕은 기본, 시큼한 쏸차이탕 고소한 가물치탕 입맛 자극

입력
2018.09.08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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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난성 훠궈의 유혹 

 중국 남서쪽에 위치한 윈난성 

 갖가지 자연산 버섯으로 유명 

 푹신한 촉감 아삭한 식감 

 중국식 건강한 맛 즐길 수 있어 

 종이처럼 얇게 저민 가물치는 

 힘 느껴지는 단백질 덩어리 

 생강ㆍ참깨ㆍ해산물간장 등 

 24가지 소스로 풍미 한껏 살려 

훠궈는 한번에 3가지 육수를 고를 수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잇쎈틱 제공
훠궈는 한번에 3가지 육수를 고를 수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잇쎈틱 제공

어린 시절 졸업식이나 입학식처럼 축하할 일이 있으면 꼭 가게 되는 곳이 중식당이다. 사실 중국 음식보다는 짜장면과 탕수육이 단골 메뉴다. 어린 마음에 ‘축하의 날’은 ‘중국집 가는 날’이란 상관 관계가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막상 더 좋은 것을 먹고 싶지만 두꺼운 메뉴 속에 있는 수많은 음식들 이름 속에서 갈등을 하다 결국 결론은 짜장면. 메뉴에 너무 많은 음식이 나열되어 있어 오히려 더 고를 수 없는, 어찌 보면 역설적이 상황이 생기는 곳이 중국식당의 메뉴일 것이다.  

'한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러 선택 사이에서 하나를 잘 골라내어 집중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메뉴에 음식이 많으면 셰프의 최고의 메뉴, 즉 진짜배기를 놓치기 마련이다. 잘 할 수 있는 주 종목에 매진하는 식당이 오히려 음식 하나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한 우물에만 집중하는 훠궈(火鍋ㆍ중국식 샤브샤브) 식당 ‘인량’(人良)을 소개한다.

 직접 끓여 먹는 중국의 ‘훠궈’ 

한국에는 신선로, 일본에는 샤브샤브, 스위스에는 퐁듀가 있듯 중국에는 훠궈가 있다. 테이블 위에 냄비를 올리고 국물을 끓여가면서 원하는 재료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바로 익혀 먹는다. 火(불 화)와 鍋(노구솥 과), 불에 놋그릇을 올려 하는 요리라는 의미로 영어로는 핫팟(hot pot)으로 불린다. 한국에서도 양꼬치를 필두로 중국의 정통 요리들이 하나 둘 소개되면서 훠궈에 대한 사랑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훠궈는 우선 테이블에 올라오는 냄비부터 시선을 끈다. 반이 갈라진 ‘짬짜면’ 그릇이 우리의 갈등하는 마음을 달래주었듯이 여럿이 모여서 먹어야 맛있는 훠궈의 냄비 중앙을 가르는 구부러진 선은 같이 먹는 이들의 마음을 어우러지게 한다. 보통 한쪽은 빨간 홍탕으로 매운 국물이, 한쪽은 단백하고 구수한 백탕으로 모두의 취향을 존중해준다.

중국은 큰 대륙 크기에 걸맞게 대부분의 성(省ㆍ중국의 지역을 나누는 행정구역 단위)은 남한 면적보다 크다. 생활방식도 사투리도 음식도 성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자랑한다. 그 중 윈난성은 중국 남서쪽에 위치해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경과 인접해있고 중국 내에서는 티베트와 마주하고 있다. 50개 이상의 소수민족이 있어 중국 다른 어느 지역보다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또한 발효음식을 좋아해 장수하는 인구 비율이 어느 지역보다 높아 그들이 무엇을 먹고 즐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논현동 주택가를 지나다가 ‘한국 유일의 윈난성 훠궈’란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 ‘중국 윈난성의 음식은 어떤 맛일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문구였다. 이곳에서 정말 윈난성의 맛을 볼 수 있다면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것 치고 대단한 수확이다. 중국 다롄 출신의 류스치 대표는 중국에서 즐기는 건강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에 ‘인량’을 열었다. 중국 다롄에서 3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계신 부모의 영향으로 7세 때 부터 요리는 그녀 생활의 일부였다. 15세에 떠난 영국 유학 생활에서 만나 결혼한 한국인 남편 김준엽씨와 함께 한국으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음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량’은 중국인들이 즐기는 건강한 음식을 그대로 전하고 싶은 부부의 열정이 가득 담겨있다.

이 곳의 메뉴는 훠궈, 단 하나다. 웬만한 자신감 아니고는 한 가지 음식으로 승부를 보는 식당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아직 낯선 지역의 외국음식이기에 더욱 더 배짱이 있어 보인다. 훠궈는 재료의 신선함과 국물이 맛을 좌우한다. 모든 재료가 상 위로 그대로 올라오니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익혀 대충 눈속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한 지역마다 독특한 재료들이 훠궈의 특징을 만들어 내니 재료를 탐구하면서 먹는 재미도 좋다. 특히 윈난성의 건강한 맛을 그대로 표현한 재료들이 이 곳을 택하는 이유다.

 훠궈의 맛을 좌우하는 국물과 버섯 

훠궈를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국물을 잘 골라야 한다. ‘인량’에는 마라탕, 쏸차이탕, 토마토탕, 가물치탕이 있다. 한번에 3가지 육수를 고를 수 있는 냄비가 있어 같은 재료여도 3가지 탕의 옷을 입어 다른 맛이 입으로 전해진다. 쏸촤이탕은 중국의 절인 갓으로 국물 맛을 내어 시큼하면서도 시원한 끝맛이 일품이다. 몇 주간 절여서 쏸촤이를 만들고 돼지잡뼈와 함께 국물을 내어 가장 오래 걸려 만들어지는 국물이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마라탕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라탕은 세 단계의 매운 맛이 있어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깊은 매운 옷을 입고 나오니 이름 그대로 혀를 얼얼하게 한다. 땀을 흘리면서도 자꾸 손이 가게 하는 매력이다.

종이처럼 얇게 저며 나온 가물치. 잇쎈틱 제공.
종이처럼 얇게 저며 나온 가물치. 잇쎈틱 제공.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물치탕이다. ‘인량’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성인 남자 팔뚝만한 큰 물고기들이 있는 어항이 눈에 띈다. 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며 고개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뻐끔뻐끔 거품을 만들고 있는데, 조용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가물치다. 아이를 출산하면 산모의 기력을 돋우기 위해 가물치를 고아먹는다고 한다. 늪에서도 몸을 움직여 이동하며 3, 4일은 너끈히 살아내는 힘을 갖고 있어 기를 보충하는 데는 가물치만한 음식이 없다. 이런 가물치의 효능은 윈난성에서도 똑같이 통한다고 한다. 훠궈의 가물치탕은 당귀와 인삼 등 한약재료와 함께 15시간 정도 푹 고아져 마치 사골국물처럼 뽀얗게 국물이 만들어진다. 혹시나 비리거나 기름이 많을 거라는 선입견은 고소하고 깔끔한 국물 맛에 바로 사라질 것이다. 가물치 국물에는 가물치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종이처럼 얇게 저며 나오는 가물치는 국물에 5초만 넣었다 빼면 마치 꽃을 피우듯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자태를 뽐낸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힘이 느껴지는 단백질 덩어리이다. 여기에 생강소스를 살짝 얹어 먹으면 가물치의 부드러움과 생강의 향긋함이 가물치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노루궁뎅이 버섯. 잇쎈틱 제공
노루궁뎅이 버섯. 잇쎈틱 제공

윈난성 훠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버섯이다. 윈난성은 자연산 버섯이 많이 나는 곳으로 ‘인량’에서는 중국의 건강한 버섯들을 소개하고 있다. 노루궁뎅이 버섯은 노루 엉덩이 모양처럼 둥글고 보슬보슬한 촉감이 마치 한 송이 꽃과 같다. 주먹만한 크기의 버섯을 한 입 크기로 잘라 국물에 넣으면 국물 맛과 향이 금방 버섯으로 스며들어 폭신한 촉감을 느끼게 한다. 아가리쿠스 버섯은 항암효과가 뛰어나지만 자라는 환경이 예민하여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망태버섯은 망사 모양의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굵은 부분은 독이 있어 망사 부분만 먹을 수 있다. 뜨거운 국물에서 익혀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망사의 결이 부드럽게 혀를 만져주는 듯하여 묘한 재미를 준다.

각종 소스는 훠궈의 맛에 풍미를 더해준다. 잇쎈틱 제공.
각종 소스는 훠궈의 맛에 풍미를 더해준다. 잇쎈틱 제공.

 

 24가지 소스가 펼치는 맛의 향연 

훠궈를 더 맛있게 먹는 또 하나의 팁이 있다. 각 재료와 어울리는 소스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24가지 소스가 진열되어 있는 소스바가 눈에 띈다. 중국인 셰프 3명과 류스치 대표가 하나하나 담그는 소스들이다. 훠궈는 날것의 재료들이 상 위로 올라오니 언뜻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하나하나의 소스로 맛의 변화를 주게 되니 소스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매운 맛과 잘 어울리는 참깨소스, 가물치와 어울리는 생강소스, 해산물을 넣은 해산간장과 해산장 등은 중국의 맛을 한껏 살려준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은 어쩌면 생활의 작은 도전이다. 먹어보지 못한 맛에 대한 두려움이란 테이블에서 사람을 작아지게 한다. 먹는 방법을 알게 되고 혀끝으로 첫 만남을 잘 맞이하면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작이 된다. 기존의 익숙한 맛과는 다르지만 순간의 짜릿함으로 또 하나의 벽을 허물어 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레스토랑은 문화를 이어주는 좋은 다리 역할을 한다. 새로운 음식을 잘 설명해주는 직원 한 명은 어떤 외교사절단 못지 않다. 한국인의 입맛을 제멋대로 정의하면서 맛에 타협하기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제대로 안내하며 이끌어주는 식당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타드 샘플ㆍ박은선 잇쎈틱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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