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이전 후
구미 곳곳 ‘공장 팝니다’ 플래카드
실업급여 창구엔 신청자 북적
에릭슨LGㆍ유한킴벌리 등 떠난
안양ㆍ군포도 실업률 고공행진
“대기업 의존 줄이고 업종전환을”
6일 오전 10시 차량을 타고 돌아본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현 공장 매매’, ‘공장 땅 매매ᆞ임대’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덕지덕지 나붙어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커녕 인적조차 찾을 수 없는 이곳은 대부분 휴대전화와 전자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생산공장이었다. 이곳이 2000년대 초반 국내 수출물량의 10%를 생산하던 전자공단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날 구미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한 중소기업 대표 K씨는 “5, 6년 전만 해도 근로자들이 밤샘 근무를 했지만 요즘은 일감이 없어서 재고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상반기 실업률 4위(5.2%)를 차지한 구미는 대기업 엑소더스의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다. 국내 최대 내륙수출기지 구미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이전했지만 이를 채울 만한 일자리가 없어 실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네트워크사업부 일부가 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구미시 송정동 구미고용복지플러스센터. 1층 입구에 들어서자 200여㎡ 정도의 센터 안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신청자들이 100여 명이나 북적이고 있었다. 순서를 알리는 알람이 끊임없이 울리는 상담창구 6곳은 모두 실업급여 지급을 문의하는 비자발적 실업자로 만원이었다. 온라인으로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해졌지만 하루 평균 방문객은 250명을 넘고 있었다.
구미고용복지센터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자격 인정자는 지난해 9,046명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6,216명이다. 홍은설 구미고용복지센터 취업지원팀장은 “전국 어디서든 실업급여 교육을 신청할 수 있지만 구미에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규석 경북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은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개발과 업종전환 등을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한 단계 향상시켜야 구미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는 지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 심각성이더하다. 경기 안양시, 군포시 등 수도권 도시가 상반기 실업률 3,5위를 각각 차지했다.
안양은 지난해 실업률이 전국평균을 밑돌았으나 올 2월 대기업인 에릭슨LG가 서울 가산동으로 이전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4월 통계청 조사에서 실업률이 5.9%로 떨어지자 통계청으로부터 확인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시는 에릭슨LG의 이전에 따라 관련 중소기업이 대거 이전한데다 인구 대비 적은 기업체수와 많은 경제활동인구가 실업률 악화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구 59만명의 안양에는 1,700여개의 기업만이 입주해있으며 경제활동인구는 절반을 조금 넘는 30만5,000명에 달한다. 안양시 관계자는 “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이 활발한 청년층이 많아 실업률 상승에 더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군포시도 유한킴벌리, LS산전 등 대기업들이 이전하거나 직장폐쇄 후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영세기업이 증가한 것이 실업률 악화 이유로 판단하고 있다. 계획적인 공단보다 자연발생적인 공업지역이 많고 20인 이하 기업이 입주업체의 80%를 넘을 정도로 영세한 실정이다.
구미=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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