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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협상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18.09.0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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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협상, 막상 국내 자동차 시장엔 큰 영향이 없다
한·미FTA 개정협상, 막상 국내 자동차 시장엔 큰 영향이 없다

한·미FTA 개정협상문 공개되며 많은 이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대다수의 매체에서 개정협상문에 대해 '자동차 부분을 양보하고 독소조항을 없앴다'라는 평가와 함께 이를 전하고 있다.

실제 이번 개정협상문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수출되는 픽업 트럭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며 '내구 시장에 대한 보호 강화'를 얻었으며 미국산 차량의 수출 부담을 줄이는 안전·환경 기준 완화를 얻은 모습이다.

반대로 한국은 초국가 기업들이 정부를 압박하고 소비자들을 몰아세울 수 있는 'ISDS', 즉 독소조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및 투자자들의 대 정부 소송 남발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 규모적으로 작은 시장을 위한 '방패'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개정 내용으로 한미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어느 정도일까?

관세 유지되는 픽업 트럭...우린 만들지 않아

결론적으로 본다면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부 보도를 통해 '한국산 차량의 수출에 비상이 생겼다'며 정부를 비난하는 어조가 있었지만 현재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픽업 트럭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국내에서 제작,판매되고 있는 픽업 트럭은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외의 모델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쌍용차는 아직 미국 수출에 대한 계획이나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없다.

참고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고 현대차의 경우 픽업 트럭 모델에 대한 개발 및 생산 계획을 갖고 있지만 해당 기획의 대상인 '싼타크루즈 컨셉'의 양산 모델이 한국에서 생산, 수출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생산, 판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되려 그 부분이 비용절감에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 한국보다 미국에서 판매량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양산 및 판매 발표 자체도 현대차 미국 법인에서 한 모델이기에 한국 생산 후 수출이 아닌 미국에서의 직접 생산, 판매가 당연한 절차로 판단된다.

시장 잠식 우려?...독일 선호 시장에 무슨 소리?

한편 미국산 차량의 수입에 관련된 장벽이 낮아져 시장이 잠식되다는 우려는 어떨까?

이 역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7월까지 국내 자동차 등록 현황은 국산차가 74만 4,530대이며 수입차가 16만 627대로 그 비중이 약 17.75%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해의 경우에는 약 15.23%의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과연 미국산 차량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아메리칸 프리미엄 앞세운 캐딜락은 뛰어난 주행 성능과 가성비 등으로 이목을 끈 CT6 및 프리미엄 가솔린 SUV인 'XT5' 등을 출시하며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2,008대에 불과하며 쉐보레 카마로, 임팔라, 볼트 EV 등을 포함한 GM 그룹 전체를 보더라도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차량은 6,762대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내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포드 익스플로러를 판매하고 있는 포드코리아 역시 포드와 링컨 브랜드를 모두 합쳐 8,107대에 그쳤다. 또 국내 전략을 지프 브랜드로 옮기고 있는 FCA 코리아 역시 4,843대에 머무르고 있다.

즉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되어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차량은 2만 대를 채우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이외에도 폭스바겐과 토요타, 혼다 등 독일 및 일본 브랜드의 일부 모델들이 미국 생산이라는 것까지 감안하고, 또 한국GM이 국내 생산을 일부 포기하고 이쿼녹스와 같이 완성차 수입 비중을 높이고는 있지만 '시장 잠식 우려'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수입 가능 차량이 급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인터넷에서 한국GM에게는 콜벳의 국내 출시를, 포드에게는 F-150 등의 출시를 요구하는 댓글이 많지만 과연 해당 차량들이 수입된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연간 몇 만대에 이르는 판매고를 올릴 가능성은 0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또한 주요한 내용은 다소 상이하지만 국내 자동차 인증 및 환경 규정은 미국의 규정을 차용한 부분이 많다. 실제 가솔린 차량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라 평가 받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수입 및 인증 장벽이 낮아진다고 이전에 비해 대량의 차종들이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도 낮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미국산 차량이 많아지는 것과 소비자들의 선택이 곧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은 광적인 수준으로 '독일 브랜드의 전성 시대'의 끝을 달리고 있다. 좋고 나쁨 그 이전에 '독일 브랜드냐 아니냐'라는 것이 어쩌면 수입차에 대한 첫 번째 판단 기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가 있었고, 또 여론이나 대중들의 독일차 브랜드 인식이 달라지는 듯 했지만 막상 판매 재개를 하며 운영되는 할인 정책으로 어느새 디젤게이트의 '주범'은 잊혀지고 국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유는 '독일차를 이렇게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외면하기 어렵다'가 대다수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BMW 화재 이슈 또한 '시간 지나고 할인하면 또 국내 소비자들을 살 것이다'는 댓글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독일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 많은 미국에서 오는 '더 많은 선택지'가 피해 혹은 시장 잠식이라 언급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은 국내 자동차 산업과 대미 수출 전략 등에 있어 큰피해 없이 한국 정부가 대미 외교 및 무역 정책 운영에 있어 부담스러웠던 독소조항을 제거하며, 미국은 자국민들에게 '한국의 무역 침범을 막은 아메리칸 퍼스트'의 명문을 얻은 협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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