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오찬
여야 새 지도부 선출 뒤 첫 모임
당파 벗어난 ‘초월회’ 이름 지어
“정례회의로 만들자” 화기애애
여야 5당 대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협치 국회’를 만들자며 월 1회 정례회동을 갖기로 합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전성기를 누리며 직간접적 인연을 공유한 이들 대표들은 ‘초월회’라는 이름도 지어냈다. 당과 정파를 초월하자는 의미여서 여의도에 모처럼 ‘정치’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들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문제와 규제개혁 법안 처리 등 정기국회 현안에 이견을 확인하면서 향후 본격적인 원내투쟁을 예고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ㆍ정동영 민주평화당ㆍ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일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으로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평화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된 뒤 여야 5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해찬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상견례를 겸해서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매월 첫째주 월요일 점심에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앞서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모임을 정례화했으면 한다”며 “여기 계신 분들과 시대적 소명을 같이 할 수 있으면 대한민국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의제는 ‘4ㆍ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와 ‘선거구제 개편’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한반도 이슈를 수차례 언급하며 비준 동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평양을 방문했다”며 “종전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북한과 논의한 뒤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동 시작 전에는 “우리 제안에 바로 응답한 것을 보면 (북한이) 대화를 하려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야당이 비준 동의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회동 후 ‘문 의장이 한국당에 협조를 당부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협조를 당부하셨다”면서도 “결론은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저는 판문점선언뿐 아니라 7ㆍ4 남북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6ㆍ15 남북공동선언, 10ㆍ4 남북공동선언까지 묶어서 비준 동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제 개편은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손 대표는 “모든 것이 청와대에 의해서 단독으로 이뤄지는데 한 곳으로 집중해서는 나라가 돌아갈 수 없다”며 “그래서 개헌을 요구하고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 대한) 불신은 선거제 개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명단을 빨리 확정하면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큰 산을 넘고 개헌도 금방 넘어갈 수 있다”고 요청했다.
여야 대표들은 ‘올드보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를 화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문 의장은 “아까 이정미 대표가 올드보이 이야기를 했는데, 이 대표가 제일 오래됐다”고 말하자, 이정미 대표는 “제가 어디 가서 올드하다는 얘기를 듣기에는 (젊다)”면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하는데 골드보이들이니 협치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 의장과 이해찬 대표, 김 위원장, 정 대표의 공통분모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 대표는 국무총리,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 정 대표는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손 대표는 “문 의장은 제가 경기지사로 있을 때 규제개혁 때문에 노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자리를 마련해주셨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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