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 금리 3.9%p 인하
대출 충당금 규제 시행 불구
상반기 이자이익 2조400억
가계신용대출 잔액 10조원 중
연 20%이상 금리 대출이 66%
최고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속
금감원, 저축銀 약관 개정 나서
연초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7.9→24%)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신용대출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는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고리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연말 일몰 예정인 이자율 제한 규정을 연장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당국 또한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기존 대출자에게 소급 적용하기 위한 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조4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7,796억원)에 견줘 2,605억원(14.6%) 급증했다. 저축은행의 반기 이자이익이 2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동기(4,933억원) 대비 680억원(13.8%) 늘어난 5,613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저축은행의 호실적을 두고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연초 법정 최고금리가 3.9%포인트 낮아진 데다가, 지난해부터는 고금리 대출 억제 차원에서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규제가 시행되는 등 저축은행 대출 영업에 있어 악재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여전한 고금리 대출 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가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5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10조2,000억원) 가운데 금리가 연 20%를 넘는 대출이 66%(6조7,72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70.7%)보다는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고금리 신용대출이 여전히 저축은행의 주력 영업방식이란 점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현행 법정 최고금리(연 24%) 이상의 이자를 상환하는 대출이 4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이 중 연리 30%를 넘는 대출도 800억원(7.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최고금리가 내리기 전 대출을 받은 이들이다. 현행 저축은행 대출 약관에 바뀐 법정 최고금리는 신규 대출을 받거나 만기가 돌아온 기존 대출을 갱신 또는 연장할 때만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보니 기존 대출고객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기존 대출자도 낮아진 금리를 소급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저축은행 대출약관 개정에 나섰다. 개정 약관 시행일 이후 신규 체결된 대출은 최고금리 인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로, 금감원은 최근 이러한 개정안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낸 상황이다. 금감원은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의 반발이 거세긴 하지만 유권해석도 확보한 만큼 연내 도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인하돼도 기존 고객은 혜택을 아예 못 받는 상황”이라며 “취약층 보호를 위해 약관 시행 후 대출분에 한해 소급 적용하자는 것으로 시장 개입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저축은행 약관 개정을 서두르는 건 내년 초 법정 최고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최고금리 규제는 대부업법에 관련 조항(제8조)을 두고 시행령에서 구체적 수치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대부업법 8조의 효력은 올해 연말로 종료된다. 시장에선 정부가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이 일몰 규정을 연장하는 동시에 시행령을 고쳐 최고금리 수준을 추가로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일몰 연장을 추진하되 최고금리 추가 인하 여부는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란 공식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임기 3년차인 내년 초엔 최고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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