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김모씨는 2012년 자신의 블로그에 화장품업체 N사의 바디로션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를 남기며 “건성 피부의 소유자라면 추천하고 싶다”고 썼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글인 것 같지만 사실 김씨는 N사가 광고대행사를 통해 섭외한 인물이었다. N사는 김씨에게 후기의 대가로 1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기만적 광고’ 혐의로 N사를 비롯 20개 사업자를 무더기로 제재했다.
공정위가 협찬이나 대가를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제품을 광고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5일 “종전에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거짓ㆍ과장 광고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의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수많은 팔로어(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어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실제로 젊은층은 제품 구매 전 인스타그램 등에서 후기를 검색해 참조하곤 한다. 이에 기업들은 ‘충성고객’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주고 후기를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점만 부각하고 단점은 숨기는 일반 광고와 달리, 인플루언서의 평가는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다.
문제는 인플루언스가 광고주로부터 돈이나 협찬을 받고 쓰는 광고 게시물이 ‘일반 후기’처럼 포장돼 있다는 데 있다. 인 과장은 “광고주가 제공한 콘텐츠 및 이미지를 게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일부 확인했지만 이들 중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게시물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이어트 제품, 화장품, 소형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광고주와 인플루언서간 경제적 이해 관계를 숨긴 사례들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4년 파워블로거 열풍이 불 당시 ‘추천ㆍ보증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 지침’을 마련해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돈이나 제품 협찬을 받아 글을 올릴 때는 이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2016년에는 적용대상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확대했다. 조사에서 적발된 광고주에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제재가 내려질 전망이다. 다만 인스타그램이나 인플루언서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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