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광고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외형을 키워온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나이키가 3일(현지시간) 인종차별에 맞서 무릎 꿇기를 주도한 전 미식 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하자 온라인 공간이 찬반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4일 나이키 주가는 전날 대비 3.2% 하락해 일단 시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 반발에도 불구,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또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하면서 결국은 재미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나이키는 익히 알려진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ㆍ그냥 한번 해봐)’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캐퍼닉을 모델로 발탁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이던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자 2016년 8월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규정에 따라 서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이후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과 애국주의 논쟁으로 달아올랐고, 캐퍼닉은 재계약에 실패해 32개 전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광고로 당장 나이키는 뭇매를 맞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고 자르는 자극적인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나이키 발표 후 하룻동안 트위터에는 불매운동을 외치는 10만 개의 글이 달렸다. 여론조사에서 나이키에 대한 긍정평가는 50%에서 40%로 급락했다. 또 응답자의 54%는 이번 광고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험악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나이키가 얻은 게 더 많다는 평가다. 나이키 고객의 3분의2를 차지하는 35세 미만 젊은 층의 충성도는 달라진 게 없다. 이 계층의 56%가 나이키의 사회적 메시지에 긍정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SNS에서 최소 4,300만달러(약 480억원)의 광고효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NPD 그룹의 맷 포웰 애널리스트는 “분노하는 백인 중장년층은 나이키의 핵심 소비자가 아니다”라며 “나이키 고객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제품의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좀더 분명한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의 광고는 정치적 논쟁을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소비층이 분열되고 불필요하게 불매운동에도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이전부터 정반대 전략을 구사해왔다.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가 몸에 달라붙는 캣슈트를 입어 논란이 되자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내세워 피부색과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지난해에는 평등을 주제로 흑인 스포츠스타가 연달아 광고에 등장했다. 전략 컨설팅업체 비발디의 최고경영자 에릭 요하임스탈러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방향이 나이키의 수익에 맞는 것”이라며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태도를 대변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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