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었을까, 그릇된 부정(父情)이었을까. ‘농구대통령’ 허재(5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혈연농구’ 논란 속에 5일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두 아들 허웅(25ㆍ상무)ㆍ허훈(23ㆍkt)이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 출전할 12명 명단에서 제외된 지 하루만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5일 “허재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13일과 17일 열리는 FIBA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는 김상식(50)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기로 했다. 허 감독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부진이지만, 무엇보다 병역 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 무대에 두 아들을 모두 데려간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결정적이었다.
두 아들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무리하게 포함시키고, 국내 프로농구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리카르도 라틀리프(29ㆍ현대모비스)를 귀화시켜 전력을 보강했음에도 동메달에 그친 데 따른 여론의 질타가 그를 감독 자리에서 끌어내린 셈이다. 허 감독은 전날 귀국할 때만 해도 내년 2월까지의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하루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남자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도전했으나 준결승에서 이란에 졸전 끝에 68-80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부터 허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대회 전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는 키 180㎝인 허훈보다 장신 포워드를 뽑자는 의견을 냈는데, 허 감독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허훈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계 안팎에서 허재 감독이 자초한 사태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식 감독대행 체제의 농구 대표팀은 13일 요르단 원정 경기에 이어 17일에는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다. 김동욱 농구협회 부회장은 “17일 경기까지 마친 뒤 공모를 통해 새 감독 선발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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