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울리는 심사 시스템]

 수천명 신청하는데 심사관은 37명 
 ‘바늘구멍’ 사전 심사 확대도 우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8월 20일 오전 청와대 앞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근처에서 열린 집회에서 아나스 시하타씨가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하타씨는 이날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박소영기자

법무부는 최근 난민 논란에 대응해 난민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난민신청자는 해마다 급증하지만 1차 심사를 맡는 난민심사관은 37명에 불과하는 등 인력은 부족하며 가짜 난민이 난민신청심사를 악용한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 때문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 신청을 할 때, 사무소가 난민심사에 회부할지를 결정하는 사전심사 권한을 행사해 사전에 걸러내도록 한다는 부분이다. 현재 난민심사 접수는 출입국항(공항ㆍ항만)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원화돼 있는데, 사전심사는 출입국항으로 도착한 난민신청자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출입국항의 사전심사에서 난민 인정 심사 회부가 승인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2016년 187명 중 61명, 2017년 197명 중 21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난민신청자(9,942명)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신청한 사람은 6,448명으로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정부안대로 난민법이 개정되면 이들까지 모두 사전심사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개정법에 불회부결정 사유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개정으로 불회부결정 후 난민신청자가 강제 송환에 처해질 위험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세진 변호사는 “불회부결정이 나면 (소송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공항에서 송환을 서둘러 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개정 후 불회부결정이 쉽지 않아지더라도 신청자 인권 개선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일 “난민 심사가 오래 걸리는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 정황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라며 “불복 절차까지 2~3년에 달하는 심사기간이 1년 내로 단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이 ‘공정’보다는 ‘신속’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난민제도 악용 사례를 걸러내기 위해 중대한 사정 변경없이 난민 재신청을 하는 경우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심사기간 본국 방문시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해 심사를 즉시 종료하는 방안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최근 난민 면접 심사에서 허위통역 문제가 불거진 것처럼 심사 단계의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심사 기준인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았는지 여부’가 아닌 ‘본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지는 일괄적인 심사 종료는 충분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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