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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9ㆍ9절에 시진핑 최측근 리잔수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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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9ㆍ9절에 시진핑 최측근 리잔수 보내

입력
2018.09.04 21:28
수정
2018.09.05 0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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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최대한의 성의 표시

김정은 체제 후 中 최고위급 방북

美에 “굴복하지 않는다” 메시지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최고지도부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ㆍ9절)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한다. 시 주석의 방북은 무산됐지만 리 상무위원장의 방북은 북한에 대한 성의 표시이자 미국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4일 리 상무위원장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오는 8일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9ㆍ9절 행사에 참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각에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똑같은 보도를 내놓아 북중 양국이 서로 발표 시간대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리 상무위원장의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 출범 후 중국의 방북 인사로는 최고위급이다. 앞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경축 열병식에는 당시 권력서열 5위였던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참석했었다.

당초 9ㆍ9절에 시 주석이 방북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감안해 리 상무위원장을 보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북핵 협상 교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데다 미중 간 무역전쟁도 장기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시 주석으로선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험 정상회의 등에 집중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리 상무위원장이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서열 3위라는 점은 나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우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에서 보듯 사실상 국가원수급 인사란 점에서 시 주석이 리 상무위원장에게 자신의 특별대표 자격을 부여한 것은 북한 측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기도 하다.

다음 관심사는 리 상무위원장이 북한의 9ㆍ9절 열병식에 김 국무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낼 지 여부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시 주석이 아니더라도 그의 ‘복심’으로 통하는 리 상무위원장이 참석하는 건 대외적으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리 상무위원장은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나 북미 간 교착 상태인 북핵 협상과 관련해 중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이 최측근이자 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을 보내기로 한 건 중국이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선 최상의 성의 표시를 한 것이자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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