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엔 보수여권과 각을 세우며
야당 대표로 경제민주화 등 강조
이번엔 “5당대표 회동” 협치 부각
“사회ㆍ경제 불평등 해결”은 같지만
“변화 따른 고통 인내” 역설하기도
통합ㆍ적폐청산 등 5대 과제 제시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재언급
경제사회 노동委 출범 의미 부여

4일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년 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2012년 9월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수 여권과 각을 세우며 보편적 복지를 역설했던 제1야당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포용적 성장을 키워드로 전면에 내세웠다. 야당을 향해서는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시종 ‘협치’를 강조했다.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은 6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특히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에 따른 고통을 인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저명한 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어떤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전환의 계곡’이라고 설명했다”며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한동안 견뎌내야 할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동력 마련,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노력과 사회통합, 적폐청산과 불공정 해소, 균형발전 및 자치분권, 한반도 평화경제시대 열기 등을 앞으로 20년간 해결해야 할 5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특히 “다섯 과제 중에서 핵심은 역시 경제”라며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모델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보편적 복지에서 찾았던 6년 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연설과 비교할 때 성장동력의 확보에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한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이 대표는 2012년 연설에서도 경제 문제를 핵심 과제로 언급했지만 무게 중심은 ‘경제민주화’에 기울어 있었다. 당시엔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다시 도입하고 금산분리제도를 강화하겠다”고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상당한 노선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또 당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 할애했다. 중점 추진 정책으로 반값등록금, 무상보육과 친환경무상급식 실시, 근로빈곤층을 위한 제한적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날 연설에서 인용한 1982년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은 2012년 연설에서도 언급했었다. 바세나르 협약은 노조는 임금동결,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 정부는 재정 지원에 합의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표류해왔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오는 10월 완전체로 출범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 후반부에서는 ‘5당대표 회동’을 거듭 제안하며 협치 의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어떤 형식과 주제에도 성실하게 나서는 한편 선거법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연설에서 “더 이상 이명박·새누리 정권의 연장은 안 된다”고 보수 여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이 대표 발언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은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일으킨 이후 10년 만에 집권했지만 과거의 구태를 하나도 버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돈 정치와 정치검찰 등 구시대 유물을 역사의 무덤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등 강경 발언 일색이었다.
2012년 강조한 검찰 개혁 등 적폐청산 의지는 여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다시 강조했고, 기무사 쿠데타 모의,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등을 언급하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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