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등 법안 열거하며
“이것이 다 악법이고 가치가 없나
다이내믹 코리아 말도 사라져가”
“단기적 정책 매몰, 골든타임 놓쳐
주력산업 경쟁력 中에 추월 당해
기업 활력 키울 법안 만들어 주길”
문희상 의장 “도울 것은 돕겠다”
“8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기업구조조정 특별법, 규제프리존 및 경제특구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까지 많은 법안이 단 하나도 통과가 안 됐다. 그럼 이 많은 법안이 다 악법이고 가치가 없는 것이냐. 이런 걸 볼 때 기업인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최근 진용을 새로 갖춘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에게 인사차 4일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울분을 터뜨렸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에 활로가 될 법안들이 국회에서 꽉 막혀있는 탓이다. 그는 “이제는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는 위기감을 전하며 입법부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먼저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20대 후반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의장은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문 의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 시각 또한 잘 알고 있지만, 성실한 대다수 기업에 눈을 돌려달라고 문 의장에게 부탁했다”라고도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정치권 지도부에 전하는 부탁 말씀의 형식을 빌려 재계가 느끼는 최근 경제 현실에 대한 우려와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경제는 외국에서 돈을 벌어와야 돌아가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사회복지 강화를 위해 앞으로 투입해야 할 재원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며 “그런 재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기업이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회장은 “단기적 이슈나 정책과 관련 찬반 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거기에 매몰돼 장기적 차원에서 우리 주력산업이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상의 회장으로 일한 지난 5년 내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외쳤지만, 그 사이 중국이 성장해 우리가 추격해야 하는 앞선 경쟁자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박 회장은 “이제는 큰 그림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들이 더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약화하는 법안이나 새로운 일에 나서길 주저하게 만드는 법안은 들어내고, 활력을 키울 법안을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그는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000건 넘게 나왔는데, 그 가운데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이 300여개고 규제 법안은 700여개다”라며 “게다가 규제 법안 700개 입법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지만, 기업의 활력을 돋울 법안은 통과가 안 된다, 무력감을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박 회장을 만난 야당 지도부는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당은 기업이 뛸 여건을 마련하는 데 어떤 당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8월 무산 법안엔 여야 사이에 일부 견해 차이가 있었다”며 “바른미래당은 기업인이 주는 의견을 법에 많이 담으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20대 국회 들어 이날로 9번째 국회를 찾은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이주영ㆍ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엔 인재근 행정안전위원장,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홍일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24명의 국회 지도부 인사를 차례로 만났다. 박 회장은 6일에도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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