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 당시 군사재판 재심 결정에
생존수형자들 조속한 재판 요청
4ㆍ3단체ㆍ정당 등도 환영 성명
“70년 세월 고통의 무게만큼 이번 재심 결정을 환영합니다”
70년 전 제주 4ㆍ3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형무소에 수감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ㆍ3생존 수형자들이 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4ㆍ3 당시 군사재판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주4ㆍ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동수(85) 할아버지 등 재심 청구자와 가족들이 참석해 이번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조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이들은 박동수 할아버지가 대표로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70년 세월이 흘러 재판기록도 판결문도 남아있지 않아 재심 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다”면서 “4ㆍ3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찢기고 망가진 세월의 억울함을 이제서라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니 떨리는 감격을 멈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재심 개시라는 지혜로운 결정을 한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들의 억울한 일생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외면하지 않고 다시 심판받을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재심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감개무량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재판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4ㆍ3해결 과정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며 “수형인명부에 등재된 2,530명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재심 청구인들은 너무 나이가 많다. 지난 1년 5개월에 이르는 재심 청구 재판 기간 동안에도 거동조차 못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살아생전에 기대하는 결말을 볼 수 있도록 빠른 (재판)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재심 청구는 2017년 3월 28일 열린 ‘4ㆍ3역사 증언 및 제주4ㆍ3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4ㆍ3생존 수형자들이 소송 의사를 처음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해 4월 19일 양근방 할아버지 등 생존 수형자 18명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제갈창)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청구인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 과정에서 4ㆍ3생존 수형자에 대한 군사재판 당시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 등 재판 기록이 없어 재심 가능성은 불투명했지만,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재심사유가 존재한다며 지난 3일자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재심 소송을 담당한 임재성 변호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 없이 정식 재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면 항고심 재판부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하지만, 항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4ㆍ3생존 수형자들은 70년 만에 정식 재판을 통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된다.
임 변호사는 “재심 결정이 이뤄졌지만 생존 수형자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무죄 판결”이라며 “재심 결정이 확정돼서 조속한 재판을 통해 연내에 무죄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4ㆍ3 당시 군사재판을 받은 분들 중 상당수가 사형을 당했고 일부는 형무소에서 돌아가셨다”며 “구사일생으로 다시 제주로 돌아와 지금까지 생존한 분들은 30여명에 불과하다. 가능하면 이번 재심 청구인 18명 외에 나머지 수형 생존자들도 추가 소송 참여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심 결정과 관련해 4ㆍ3단체와 정당 등의 환영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날 제주4ㆍ3희생자유족회는 성명을 통해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과 함께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위한 4ㆍ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외에 4ㆍ3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 4ㆍ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ㆍ3평화재단,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등도 재심개시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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