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 교수, 항소심서 뒤집혀
재판부의 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학내 ‘진실성위원회’ 1년여 조사
학자의 연구윤리 위반 곧 결론
“물품대금 5600만원 가로채기 등
사기혐의도 있어 징계 불가피할 듯”

가습기 살균제 독성 관련 연구보고서 조작 혐의와 관련해 법원의 무죄 판단을 받은 교수에 대해 서울대가 연구부정 행위로 징계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을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상고심을 진행 중인 수의대 조모(59) 교수에 대해 연구부정행위 및 연구부적절행위 여부를 곧 결론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법원은 보고서 조작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서울대는 법원 판단과 관계 없이 연구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조사해왔다.
서울대 관계자는 4일 “학내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 교수의 옥시 보고서 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를 상당부분 마쳤으며 조만간 결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실성위는 조 교수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뒤인 2016년 10월 성낙인 당시 총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위원회 구성에 착수했고, 지난해 7월부터 실질적인 조사를 진행해 왔다. 총장 직권으로 조사가 시작돼 예비조사도 거치지 않고 본조사를 진행했다.
조 교수의 보고서 조작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9월 “조 교수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생식독성시험에서 독성이 확인된 데이터 등을 최종보고서에서 빼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최종보고서가 가습기살균제 판매 책임에 대한 형사사건 증거로 쓰일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옥시 측에 불리한 데이터(생식독성시험 결과 등)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조작을 저질렀단 의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옥시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시험만을 의뢰해 생식독성시험 결과가 보고서에 담길 이유가 없고, 추가적인 생식독성시험을 조 교수가 먼저 요구했다”는 조 교수 측 주장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단이 이처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서울대는 학자의 연구윤리가 법적 판단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만큼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법원 판단 역시 무죄로 나오더라도 연구부정 결론이 나오면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실성위원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서울대 관계자는 “조 교수 보고서와 관련해 법원보단 학계에서 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조 교수는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보고서 조작 외에도 사기 혐의를 받고 있어 이 사안만으로도 중징계(파면ㆍ해임 등)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서울대 내부적으로 제기된다. 조 교수는 보고서 조작이 인정된 1심에선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용역과 무관하게 물품대금 5,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만 인정된 2심에선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조 교수와 마찬가지로 옥시가 의뢰한 제품안전실험을 실시한 호서대 유모(62) 교수는 징역 1년4개월, 2,400만원의 추징금이 최종 확정됐고,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 가운데 조 교수만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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