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비상상고 방안 논의
검찰개혁위서 표결로 최종 결정
500명 이상 사망 최악 인권유린
불법성 인정 땐 보상 등 실마리
“최소 수백억원 손해배상 부담…”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30년 전 법원의 판단을 되돌리는 방안을 두고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5일 최종 논의를 진행한다. 검찰총장이 직접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비상상고’가 적절한 해법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4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5일 오후 2시 회의를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두 번에 걸쳐 논의가 이어진 데다 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이 18일 종료되는 만큼 이날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상고란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한 수정이 가능한 만큼 검찰총장만이 대법원에 비상상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에 운영된 부랑아수용시설로, 감금 폭행 성폭행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져 ‘한국판 홀로코스트’ ‘제2의 삼청교육대’라 불린다. 사망이 공식 확인된 원생만 513명이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라며 특수감금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2년6월 형만 살았고, 2016년 사망했다.
이 사건은 올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하며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본격 조사를 맡은 검찰 진상조사단은 과거 판결을 바로 잡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상상고 방안을 건의했고, 비상상고는 검찰총장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아니라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법조계 8명, 학계 4명, 시민ㆍ사회단체 2명, 언론계 2명 등 총 16명의 외부위원과 봉욱 대검 차장검사,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내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 검찰개혁위원회는 앞선 회의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 합의에 실패했다.
찬성 측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 비상상고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통해 대법원이 특수감금죄를 유죄로 판결한다면, 당시 내무부 훈령이 위법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위원인 박준영 변호사는 “형제복지원특별법이 3년째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비상상고 결정을 통해 불법성이 인정된다면 사건 해결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자체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찰개혁위원회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 안건이고, 비상상고 요건인 법령 위반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검 역시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위 한 위원은 “이번 결정에 따라 최소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검찰총장이 사실상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이라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표결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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