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예산 확보해놓고도 8개월 넘게 진척 없어
국회사무처 “국회법 개정안 보자” 입장 불구
2년여 국회운영위 계류 중... 장기 표류 가능성
새 정부 들어 가시화한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가 표류하고 있다. 관련 예산까지 반영됐지만, 국회사무처와 정치권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6일 통과시킨 2018년도 예산안에 국회분원 설치와 관련한 예산(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 용역은 분원의 규모와 조직, 인원, 시기, 장소 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분원 설치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비효율 해소 등을 들며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에도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이 올해 국비에 반영되는 등 분원 설치 작업이 가시화했지만, 국회사무처는 8개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용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찬 의원(더불어민주당ㆍ세종시)이 2016년 6월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의 추이를 지켜본 뒤 용역을 진행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개정안에는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분원을 두고 분원의 설치와 운영,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조항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의 이해관계에 발목을 잡혀 2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채 국회운영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국회분원 추진이 국회법 개정과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분원은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가 속한 상임위의 제2회의장을 신설하는 것으로, 국회의 판단만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국회 분원 설치와 관련한 전문가와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 중간보고에서 정치, 행정, 사회, 경제 등이 분야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됐으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 전문가의 60% 이상이 국회분원 설치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3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 “올해 국회분원 관련 예산을 조속히 집행하고, 20대 국회 임기 내에 국회분원이 설치되도록 국회법 개정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분원 설치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자 4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 대부분이 모여 있는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빨리 안정시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며 “국회 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세종시 설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국회가 아직 용역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빠져 있다”며 “올해 반드시 용역을 진행하고, 내년 예산에 설계비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는 4일 성명을 통해 국회분원 용역 진행이 지체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연구용역은 국회법 개정안과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며 “문희상 의장은 국회 사무처가 즉시 연구용역을 발주하도록 과감한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여야는 국회분원의 구체적인 설계비까지 내년 예산에 포함되도록 논의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 홍석하 집행위원장은 “국회사무처가 이미 여야 합의로 예산까지 반영된 사안을 국회법 개정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보니 궁색하다는 생각만 든다”며 “문 의장이 결단을 내리고, 민주당도 적극 나서서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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