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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개그형 이모티콘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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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개그형 이모티콘이 뜬다

입력
2018.09.04 15:07
수정
2018.09.04 17:48
0 0

‘빡치는 답장’ ‘제제의 발 그림’ ‘덩실덩실 엉덩국콘’

요즘 인터넷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10,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소위 ‘대충형’ 이모티콘들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단순’ ‘#대충’ ‘#유머’다. 즉 그림이 언뜻 보면 무성의해 보일 정도로 간단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를 갖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이모티콘이 메신저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 젊은이들 사이에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요즘 세태와 관련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이모티콘 트렌드는 ’ #단순 #대충 #유머’

‘빡치는 답장’은 무성의하게 그린 듯한 동일한 이미지에 ‘응~00야’처럼 단어만 다르게 삽입한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을 만든 범고래는 현재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판매 1위를 달리는 인기 작가다. 빡치는 답장의 인기 비결은 질리지 않는 단순함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기존 이모티콘과 달리 그림이 모두 똑같다. 그 바람에 이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귀찮아서 성의 없는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상대방을 약 올리거나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할 때 이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한다.

‘제제의 발 그림’은 반전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이모티콘 작가 임선경씨의 아들인 제제가 만든 이 이모티콘은 서툰 그림으로 화제가 됐다. 2초 만에 그렸다고 해서 ‘이초티콘’으로 불릴 만큼 그림선이 단순하면서도 귀여워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웹툰에서 이모티콘으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으로 사랑을 받은 이모티콘 ‘덩실덩실 엉덩국콘’과 단순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모티콘 ‘케장콘’은 원래 웹툰 캐릭터로 널리 알려졌다. 케장콘 작가 ‘케장’은 “웹툰으로 사랑을 받아 이모티콘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억원대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된 이모티콘 '범고래(왼쪽부터), '제제', '엉덩국'. 카카오 제공
최근 10억원대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된 이모티콘 '범고래(왼쪽부터), '제제', '엉덩국'. 카카오 제공
분화형 이모티콘인 '목이길어 슬픈 짐승'. 이용자들이 부분을 조립해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 제공
분화형 이모티콘인 '목이길어 슬픈 짐승'. 이용자들이 부분을 조립해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 제공

연 10억대 이상 매출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무성의해 보이는 그림체와 유머 코드를 공유하는 단순형 이모티콘들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톡에서는 연간 누적 매출이 10억 원 이상 기록하면 최고의 이모티콘으로 꼽힌다. 현재 카카오톡에서 연간 누적 매출 10억 원 이상을 올리는 이모티콘은 총 24종이며 이 가운데 얄개, 제제, 엉덩국, 펀피, 범고래등 단순형 이모티콘이 포함돼 있다. 직장인 임성언(27) 씨는 “얄개콘 등 요즘 인기를 끄는 단순한 그림의 이모티콘들은 어떤 감정 상태에 딱 맞는 표현을 할 수 있어 좋다”며 “그만큼 기분을 보다 확실하게 표현해준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그림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기를 끄는 '얄개콘'. 카카오 제공
단순한 그림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기를 끄는 '얄개콘'. 카카오 제공

요즘 젊은이들 특유의 말 줄임을 놀이처럼 즐기는 현상도 단순형 이모티콘의 인기에 반영돼 있다. 최지연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10,20대는 이모티콘 전송 하나로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모두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모티콘에 쓰이는 이미지뿐 아니라 축약형 신조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의 줄임말), ㅇㅈ(‘인정’의 줄임말)’과 같은 단어를 통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의미 전달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다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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