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열대야가 어느새 홀연히 사라졌다. 이젠 한밤중에 홑이불을 덮어야할 만큼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반가운 가을이 경북 문경 김룡사에도 찾아왔지만, 한여름 폭염 속에서 백일 동안 찬란한 꽃을 피웠던 배롱나무 꽃들은 뒤늦게 흩뿌리는 가을비에 하나 둘씩 지고 있었다. 배롱나무는 연분홍 꽃이 모두 떨어지면 나락에서 햅쌀이 나온다고 해서 ‘쌀나무’라고도 부른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결실의 계절 가을이 눈 앞에 와 있음을 느껴본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피고 지는 ‘꽃의 일생’이 경이롭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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