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속에 시작한 ‘프로듀스48’이 맥없이 종영하며 ‘프로듀스’ 시리즈 성공 신화에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달 31일 Mnet ‘프로듀스48’(이하 ‘프듀48’)이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초 촬영을 시작, 약 5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원이 최종 12인으로 선발되며 새로운 ‘프로듀스’ 표 걸그룹 아이즈원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글쎄, 반응은 시원찮은 모양새다.
선발된 이들의 팬덤의 크기나 팬덤 내의 반응을 떠나 아이즈원을 향한 대중적인 관심이 전 시즌을 통해 탄생했던 I.O.I(아이오아이)나 Wanna-One(워너원)에 비해 아쉽다는 이야기다.
아이오아이 전소미, 김세정이나 워너원의 강다니엘, 박지훈 등이 프로그램 종영 전부터 데뷔조 탄생 이후까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대중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과는 달리 아이즈원의 센터 장원영이나 2, 3위를 기록한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를 향한 관심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 같은 관심 부족(?) 사태의 원인을 찾다보면 자연스레 ‘프듀48’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어쩐지 지난 시즌들에 비해 아쉬움을 남기며 막을 내린 ‘프듀48’, 일각의 반응처럼 이번 시즌은 정말 실패작인걸까.
▲ 아쉬웠던 시청률
‘프듀48’은 최종회를 통해 자체 최고 시청률 3.1%를 기록하며 최종화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최종회를 제외한다면 ‘프듀48’의 시청률은 1회 1.1%를 시작으로 늘 2%대에 머물러 있었다.
전 시즌이었던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방송 5회 만에 3%대를 돌파하고, 최종회 5.2%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수치다.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의 팬덤 크기 등 상대적인 조건차를 고려해 ‘프로듀스101’ 시즌1을 비교 대상으로 놓는다고 하더라도 종전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 화제성에는 성공했다?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과는 상반되게도 ‘프듀48’은 방송 중 11주 연속 TV화제성 비드라마 부문 1위, 9주 연속 콘텐츠영향력지수(CPI) 1위를 기록했다.
낮은 시청률에 비해 높은 화제성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는 TV화제성 콘텐츠영향력지수에 대해 들여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V화제성 콘텐츠영향력지수란 전반적인 대외 아웃풋이 아닌 온라인에 전적으로 기반한 아웃풋을 반영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의 팬덤이 SNS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프듀48’의 언급을 자주 하면서 화제성 지수는 높아졌지만, 정작 대중들은 ‘프듀48’에 큰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Mnet(엠넷)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럼에도 유의미한 결과”라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는 “‘프로듀스’ 시리즈 중 남녀 시즌은 시청률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내부에서도 절대 비교는 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화제성 부문은 엠넷과 ‘프듀48’의 타깃층 반응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엠넷이 타깃으로 하는 15~34세, 그 중에서도 10대들의 시청률 순위나 화제성 면을 봤을 때 목표했던 만큼의 파급력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 시즌은 일본 시장이나 글로벌 반응이 있었던 게 지난 시즌과는 달랐던 것 같다”며 “일본 지상파에서 동 시간대 방송을 하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예능으로 글로벌 타깃층을 노릴 수 있게 된 기회가 됐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엠넷 프로그램은 해외 케이팝, 엠넷 관심 팬들이 반응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번에는 동일한 콘텐츠를 일본에서 동 시간대 노출하면서 신선함을 이끌어 냈던 것이 소기의 성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 ‘프로듀스’ 시스템 속 ‘AKB48’ 시스템은 어디로?
방송이 끝난 이후로도 줄곧 ‘프듀48’의 실패 요인으로 꼽혔던 것은 ‘AKB48’ 시스템의 부재였다.
당초 ‘프듀48’ 측은 한일 양국이 참여한 새 시즌의 차별점에 대해 “국민이 직접 아이돌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한국 프로듀스101 시스템과 일본 최고의 프로듀서 야키모토 야스시의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전용 극장에서 상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일본 AKB48 시스템이 결합된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연 방송에서는 종전의 ‘프로듀스’ 시즌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AKB48’ 시스템이 결합된 점을 굳이 꼽는다면 AKB48 멤버들이 출연했다는 것뿐. 이 같은 구성에 일각에서는 “‘AKB48 시스템’과의 결합”이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AKB48 시스템이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고 언급했던 것은 AKB48이 생소했을 대중들을 위한 설명이었을 뿐, 애초부터 해당 시스템을 ‘프듀48’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프로듀스’ 시리즈와 ‘AKB48’ 시스템의 결합은 차후 탄생할 최종 데뷔조가 일본에서 데뷔했을 때 일본 활동에 있어서는 야키모토 야스시라는 제작자가 해당 그룹을 제작한다는 의미였다”며 “데뷔조 활동 자체의 협업을 의미한 것이지 중간에 해당 시스템을 더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와전이 되면서 시스템 자체를 결합한다고 해석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선의의 경쟁 속 불거진 韓日 팬덤 싸움
당초 ‘프듀48’이 한일 양국 합작 프로젝트로 기획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시청자들은 한일 양국의 해묵은 감정의 골을 이유로 우려와 반발을 표했다.
‘프듀48’ 측은 제작발표회 당시 밝혔던 “한일 양국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자 한다”는 목표처럼 방송에서 그려질 한일 양국 출연자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여론 반전을 꾀했던 듯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의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못했고, 오히려 팬덤 간의 싸움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일부 한국 연습생들의 위안부 배지 착용, 일본 연습생들의 우익, 과거 행보 등에 대한 각 팬덤의 원색적인 비난은 제작진의 기획 의도를 무색케 했다.
한일 연습생들의 팬덤 분열뿐만 아니라 일명 ‘모래알 팬덤’으로 불리는 각국 팬덤 내에서의 분열도 ‘프듀48’의 순항에 걸림돌이었다. ‘내 픽(PICK)만 데뷔조에 입성하면 된다’는 마인드에 각 팬덤들은 국적 불문하고 충돌했고, 이는 방송 중 발발했던 ‘위스플 논란’(위에화, 스타쉽, 플레디스 연습생들만 집중 조명된다는 불만에서 제기된 논란), 방송 초반 높은 화제 속에 제기됐던 미야와키 사쿠라의 ‘밀어주기’ 논란 등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앞선 시즌들에서도 ‘최애 픽’을 향한 팬덤은 존재했으나, 팬덤 간 이토록 반목하며 갈등을 빚었던 적은 없었다. 이처럼 분열된 팬덤 속 ‘프듀48’ 역시 대중적인 관심을 이끄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아쉬운 성적을 맞이했다.
▲ ‘프로듀스48’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결론적으로 ‘프로듀스48’은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에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팬덤 사이에서의 화제와 흥행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프로듀스48’에 대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듀48’이 어느 정도 화제를 끌었던 건 사실이고, 아이돌의 활동 반경이 글로벌화 되고 있는 만큼 지금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도해야 하는 시기가 맞다. 따라서 한일 양국의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시도 자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또 프로그램의 반향 자체도 컸다. 특히 일본 팬덤의 반향이 컸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AKB48’이라는 시스템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점도 있고, 국내 아이돌 연습생들도 많이 알려질 수 있었던 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프듀48’의 성공적 측면을 설명했다.
하지만 ‘프듀48’의 근본적인 한계를 들어 실패점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정덕현 평론가는 “‘프듀48’은 결국 한일간의 새로운 구성체를 만드는 시도였고, 프로그램 역시 그런 형태였다. 그런데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극복됐는지를 볼 때 사실 그렇지 않은 면이 많았다”며 “일본 아이돌 스타일과 한국 아이돌의 스타일도 상당히 다르고, 막바지에는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예컨대 실력차가 많이 나는데도 실력적 순위가 아닌 다른 개념으로 순위가 매겨지면서 불만 토로도 많았다. 이것이 결국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프로그램을 통해 극복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 연습생들을 출연시킨 만큼 다국적 글로벌 프로젝트 그룹 활동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 정서적 차이의 해결점을 모색할 법 했지만, ‘프듀48’에서는 이 같은 부분들이 부재했다는 것.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프듀48’은 데뷔조인 아이즈원을 남긴 채 퇴장했다. 그룹에 힘을 더할 배경이 돼 줄 프로그램의 역량 부족, 한일 양국 연습생의 콜라보라는 시도이자 한계점 등은 앞으로 아이즈원이 본인들의 역량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즈원이 활동을 통해 반전 드라마를 쓴다면, 그것이 미처 채워지지 못한 ‘프듀48’의 남은 절반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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