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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입력
2018.09.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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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는 선택이 따른다. 그 어떤 경제 정책도, 아니 사회 정책도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교통, 주택, 교육 정책마저도 소득계층과 지역별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중앙정부 및 국회, 심지어는 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상당부분의 정책들이 상위계층과 부유지역에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불균형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2001년) 수상자로 불평등 문제의 대가인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이 커지는 사회는 많은 낙오자들이 생겨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 현상을 지적했지만 비단 경제구조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총 인구수가 약 57만 명으로서 서울시의 노원구와 강남구가 유사한데, 2017년 기준으로 자체수입에서 4배나 차이가 있다. 재산세 차이는 강북지역과 강남지역에서 심한 곳은 무려 1대 17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 단위로 확대해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산세 차이는 더욱 심하다. 이러한 차이는 공공인프라의 편중과 맞물려 행정서비스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격차의 원인을 서울에서만 찾는다면 공립 중·고등학교 이전, 지하철, 도로확장 등 교통인프라 구축, 대기업들의 입주, 주거환경 개선 등이 지난 30여 년간 강남지역으로 편중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남 개발 때의 재원은 서울서 한 번도 강남지역에 살고 있지도 않는, 심지어는 공공시설을 한 번도 이용하지도 못한 국민들의 세금도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내 자치단체의 재산세 세입이고 내 땅의 개발이익이니까 내 곳에만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점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상위계층 및 대기업 성장을 위한 이로운 정책은 낙수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씁쓸하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R.퍼트남 교수가 ‘Our Kids(2016)’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기회의 불평등, 즉 ‘기회격차’는 가난한 아이들의 기회를 배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실제 비용과 기회비용 모두 커지고 결과적으로 공동체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시에서 개발이익에 대한 공정한 분배, 낙후된 강북지역에 공공기관 이전, 도서관, 교통, 주택 등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균형발전 정책은 매우 필요하다. 아울러 비강남지역의 지역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균형발전 정책도 필요하다. 부유한 강남권이 나쁜 것이 아니라 비 강남지역에도 지역경제 활동이 활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정책, 교통, 주택 정책에서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과 그 가운데서도 강남·서초·송파 3개 자치구만 잘 나가는 것은 마치 요가에서 외다리로 서있는 형국과 같다. 오래 서 있으려면 전국적으로 246개 지방정부 모두가 다리를 내려야 한다. 다리를 내리고 안정된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모든 분야에서 분권이 이뤄져야 하고 나 홀로 못 서는 경우에만 부추겨 주는 것이 맞다. 분권이 되어야만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연방제 수준의 과감한 분권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해본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ㆍ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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