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님들, 자알 보고 배우겠습니다!”
“고마해라(그만해라), 마이 무따(많이 먹었다) 아이가.”
“으데 학교 일에 임대업자 껴드나?”
최근 경북대 교정 외벽에 학교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와 단과대별 학생회 명의로 붙은 현수막 내용이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신축 생활관(기숙사)의 수용인원을 300명 가량 감축하면서 발끈한 학생들이 항의에 나섰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현수막 사진을 공개하고, 학교 측에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현수막은 경북대 동문~테크노문 외벽에 붙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학생이 원하는 기숙사’를 이뤄낼 수 있다”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경북대는 2014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형식으로 제2생활관 건축을 확정했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심사 논란으로 착공이 수년간 미뤄졌다.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떴지만, 이번엔 지역 주민들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4월 원룸 건물주 등 인근 임대업 종사자들이 중심이 돼 꾸린 ‘기숙사건립대책반대위원회(대책위)’가 생활관 신축에 반대하며 차량의 공사장 출입을 막은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사는 3개월 가량 중단됐다.
학교는 대책위와 협상에 나섰다. 기존 생활관에서 232명, 신축 생활관에서 100명의 수용 인원을 감축하기로 지난달 21일 합의했다. 문제는 의견 수렴 과정이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빠진 채 학교와 대책위의 1대1 협상이 이뤄진 것. 총학생회는 지난달 24일 하반기 졸업식이 열린 학교 대강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축 생활관을 수용인원 감축 없이 원안대로 건립하라고 촉구했다. 현수막은 학교와 대책위에 ‘압박’을 넣는다는 차원에서 내걸었다.
반면 대책위는 생활관 건립이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거라 주장하고 있다. 원룸 건물주 대부분이 60∼70대 고령층으로 학생들의 월세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 상황인데, 생활관이 건축되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책위 측과) 문서로 합의한 건 없지만, 인원 감축에는 구두로 합의한 상황이라 안 지키기도 어렵다”며 “합의 후 학생들이 반발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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