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성장한 LG ‘클로이 홈’
사람 말에 36가지 감정 표현
소니의 애완 로봇 ‘아이보’
주인 맞춤형 성격으로 훈련
근력 강화 웨어러블ㆍ군무 등
다양한 기능의 제품도 선봬
SF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인공지능(AI) 로봇들은 사람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하거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사람에게 선택지를 제시한다. 사람처럼 걷고 뛰는 것은 물론 심지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가전박람회(IFA) 2018에는 이런 완벽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다가기 위해 개발된 30여 종의 AI 로봇이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2일(현지시간) IFA 전시장을 돌아본 결과, 전시 로봇 대부분은 이미 우리가 익숙한 로봇 청소기 수준의 센서 기술과 자동화 기술 적용에 그쳤다. 그래도 몇몇 부스에서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로봇을 찾을 수 있었다.
LG전자는 여러 테마로 꾸며진 이번 전시 부스에서 눈사람을 닮은 가정용 허브 로봇 ‘클로이 홈’을 선보였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쉬운 데뷔전을 치렀던 클로이 홈이 IFA에서는 스마트 홈을 구성하는 핵심 로봇으로 훌쩍 성장했다. 클로이는 사람의 말에 반응해 36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머리 부분을 쓰다듬으면 어린아이처럼 몸통을 흔들며 웃기도 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줘” “내 세탁물이 다 됐니?”와 같은 질문에는 사물인터넷(IoT)과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나 LG 씽큐 AI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알맞은 대답을 알려준다. LG전자 관계자는 “클로이 홈은 4분기 출시될 예정”이라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를 가장 비슷하게 구현한 로봇은 소니의 애완로봇인 ‘아이보’다. 다소 투박하게 생겨 기능이 많지 않았던 1세대에 비해 지난해 11월 공개된 2세대 아이보는 모습도 행동도 진짜 강아지와 비슷해 로봇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머리와 등, 턱에 있는 센서를 만지면 꼬리를 흔들거나 짓기도 하며, 클라우드에 주인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주인 맞춤형’ 성격을 가진 강아지로 훈련된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만들어진 아이보의 눈은 기쁨과 슬픔, 졸림과 놀라움까지 표현할 수 있어 한층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만 3시간의 긴 충전 시간에도 연속으로 2시간만 구동 가능한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감정을 인식하는 사람 형태의 로봇은 2014년 소프트뱅크사에서 공개한 로봇 ‘페퍼’가 가정 먼저 상용화됐다. 2015년부터 일반에 공급된 페퍼는 현재까지 1만대 이상이 팔렸다. IFA 2018에 참여한 한 가전제품 유통업체 부스에서 페퍼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손을 내밀자 악수를 하고, 관람객 질문에 유창한 독일어로 답하거나 부스를 안내하기도 했다.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도 페퍼 수준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내봇을 설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로봇들도 선보였다. 구글은 사람과 가위바위보가 가능한 로봇 팔을 전시했으며, 중국의 한 스타트업은 군무가 가능한 작은 장난감 로봇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에서 이번 IFA에 처음 선보인 근력 강화용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수트봇’은 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부문장은 “앞으로 로봇 연구 인원을 2배로 늘리고 더욱 투자하겠다”며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로봇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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