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임시대피 200여명
구청 안전진단 결과에도 불만
“균열 관련 민원 무시한 책임져야”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로 사흘째 대피소 등을 전전한 주민들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구청은 건물과 지반 위험도 진단 결과 이상이 없어 귀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주민은 “불안해서 집으로 못 돌아가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오피스텔 신축(지반침하 원인 제공 추정) 시공회사와 관련 민원을 무시한 구청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주민들은 지반침하 책임이 오피스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석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2일 “지난달 20일에 주민들이 공사장 인근에서 이미 균열을 발견했고, 금천구에 폭우가 내린 건 그보다 뒤인 28일”이라며 “폭우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주거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보상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날 오후 사과문을 통해 “당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며 “피해보상금 협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사고 후 주민들이 꾸린 인재사고피해주민대책위원회의 위원장 한동훈씨는 “옆 건물까지 위험이 확산되고 있는데, 구청은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아파트 주민들은 관련 민원을 구청이 아닌 서울시에 넣고 있다.
사고 전 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한 오피스텔 공사 관련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도 주민들이 구청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주민들은 5월부터 “오피스텔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 중”이라며 구청에 민원을 넣어왔다. 지난달 9일엔 유성훈 금천구청장과 면담해 공사장 인근 담장 균열을 언급하며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했고, 22일엔 도로 균열 사진을 첨부해 금천구청에 공사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사장 사이 도로에 발생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의 지반침하로 임시대피소로 지정된 인근 중학교 체육관과 숙박업체에 머무는 주민은 76가구 200여명(아파트 1개 동)으로 이날 안전성 진단 결과 ‘귀가 가능’ 판정이 나왔지만 “집에 갈 수 없다”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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