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위헌 법령 적용 없어
헌법소원 심판 대상 안돼 각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를 압박하기 위해 판결 방향을 사전에 기획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변호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미 내린 재판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며 변호사들의 주장을 물리쳤다.
헌재는 조모 변호사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본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청구를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판결은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며 조 변호사의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판단하려면 ‘법원이 위헌인 법령을 재판에 적용했을 때’만 가능한데, 이 사건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의뢰인과 성공보수(승소 대가로 변호사에게 주는 돈) 약정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이 사건 피고였던 조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한다면 착수금(소송 시작단계에서 변호사에게 주는 돈)을 줄 능력이 없는 국민은 변호사 선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라며 재판을 취소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공교롭게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대법원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문건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변협을 압박하려고 일부러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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