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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토장’ 된 매케인 장례식… “마지막 일침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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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토장’ 된 매케인 장례식… “마지막 일침 남긴 메시지”

입력
2018.09.02 10:29
수정
2018.09.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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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ㆍ부시 등 대선 경쟁상대에 ‘조사(弔詞)’ 부탁

참석자들, 트럼프 우회적 비판… 딸 메건은 직격탄도

초대 못받은 트럼프, 추모 메시지 전혀 없이 골프장행

러 스캔들ㆍ언론 비난하는 분노의 ‘폭풍 트윗’만 쏟아내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장병들이 성조기에 덮인 고인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장병들이 성조기에 덮인 고인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보수진영의 ‘큰 어른’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됐다. 참석자들은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이자,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의 정치인이었던 그를 “미국적 가치를 보여준 영웅”이라고 추모하면서 ‘매케인 유산’의 계승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장례식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과 반목, 대립을 반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마지막으로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 자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달 25일 숨지기 이전 수개월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했는데, 과거 두 차례의 대선 도전 때 맞붙었던 조지 W. 부시(당내 경선), 버락 오바마(대선 본선) 등 전직 대통령 2명을 조사(弔詞)를 낭독할 인물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반면 생전 자신이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초대 명단에서 아예 제외했다.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으나 그에 대한 우회적 비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AP통신은 “존 매케인의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에 대한 비판의 장이 됐다”고 표현했고, 로이터통신도 “한때 매케인의 격렬한 라이벌이었던 오바마와 부시는 미묘하게, 아니 어쩌면 미묘하지 않게 반(反)트럼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매케인과 공화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는 나를 좌절시키기도 했으나, 동시에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이후 나는 ‘존 매케인과의 우정’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감했고, 그게 설령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일지라도 정직했다”면서 “반대자들 또한 애국자임을 인정하는 영예로움을 지녔고 보통사람들을 대변하는 마음을 깊이 간직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을 ‘용기와 품격의 결합’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의 남용을 혐오했고, (특히) 편견이 심한 사람들, 으스대는 폭군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이 대목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곧이어 연단에 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으로부터 조사를 부탁받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소중하고도 남다른 영광이었다”며 “존의 본질인 예측 불가능성, 탈(脫)관행, 역발상주의를 너무도 잘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정치적 편의주의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때로는 소속 정당에 맞섰고, 초당파적으로 일했다”며 “진실과 민주적 가치에 헌신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도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의 정치와 공적 담론들은 번지르르한 말과 모욕, 가짜 논쟁, 분노를 주고받으면서, 작고 하찮고 비열해 보일 때가 많다”며 “(매케인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향해 항상 ‘가짜 뉴스’라고 비난을 퍼붓고, 정적들을 향해 거친 언사를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한 셈이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 낭독을 마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가려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 낭독을 마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가려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에 앞서 유족 인사말을 건넨 딸 메건은 아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슬로건을 겨냥해 “존 매케인의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기에 더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아버지가 기꺼이 한 희생의 근처에도 안 와 본 사람들의 값싼 수사(修辭)”, “아버지가 고통을 겪으며 복무하는 동안, 안락하고 특권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의 기회주의” 등의 표현도 쏟아냈다. 사실상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발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CNN방송은 “장례식장에서 불과 몇 마일 거리에 있는 백악관이 그 동안 던진 구호를 메건이 단호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매케인 상원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을 통해서도 끝내 화해하지 못한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스캔들,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가득 담은 분노의 ‘폭풍 트윗’을 날린 뒤, 평소의 주말처럼 골프장으로 향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을 추모하는 메시지는 전혀 남기지 않았다. 이날 장례식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거의 대부분 모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부재’를 통해 그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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