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
#시, 전국 첫 갈등해결센터 설립
법률 전문가 등 참여 분쟁 조정
주민간 화해 성사율 85% 달해
올해 19→40곳으로 확대 계획
광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위층 가구와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소를 통해 아이들이 뛰는 소리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때뿐이었다. A씨는 참다 못해 막대기로 천장을 두어 차례 치며 항의도 해봤지만 위층에선 되레 더 큰 보복 소음을 내기도 했다. A씨는 이로 인해 심한 두통까지 앓아야 했다. A씨는 같은 해 6월 광주시 마을분쟁해결센터를 찾았고, 센터의 화해 중재 덕분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와 소통방이 이웃간 갈등 및 분쟁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분쟁해결센터는 주민들 사이의 사소한 갈등을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자는 뜻에서 2015년 9월 설립됐다. 물론 별것도 아닌 일로 소송까지 가는 일을 막아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여보자는 것도 센터가 문을 연 배경이었다.
분쟁해결센터는 층간 소음이나 생활누수, 주차, 쓰레기 불법 투기 등 이웃 간 분쟁이 잦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있다. 센터엔 시와 남구, 광주지법 관계자, 지역 법률 전문가, 마을 덕망가 등이 참여해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분쟁 상담이 들어오면 갈등 당사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서로 대화 의사가 있을 때는 변호사와 법무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화해조정인의 지원을 받아 당사자 간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 갈등을 풀도록 유도한다. 법원 등 국가의 조정기관이 분쟁 당사자들에게 타협안을 제시해 받아들이도록 하는 민사조정제도와는 다른 방식이다. 2016년부터는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개설한 소통방을 통해 갈등 조정 양성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직접 화해지원인으로 나서 갈등 해결을 도와주고 있다. 소통방에서 화해가 성사되지 않은 분쟁은 센터로 넘겨져 변호사 등 전문가 조정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조정과 화해 절차에 밟는다. 시는 기존 19개 소통방을 올해 40곳으로 확대해 마을단위 분쟁해결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소송 등 사회적 갈등비용 절감
공동체적 가치 개선에 큰 역할”
센터의 갈등조정력은 탁월하다. 2016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센터와 소통방에 접수된 분쟁 642건 중 545건이 해결돼 84.8%의 화해 성사율을 기록했다. 갈등 유형은 층간소음 221건(34%), 생활누수 75건(12%), 애완견 70건(11%), 층간흡연 51건(8%), 주차문제 35건(5%), 기타 등이다. 이 같은 센터의 갈등 조정은 그간 관이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서울 중구와 대구 수성구 등 자치단체는 물론 한국갈등해결센터 등 민간기업도 자율적 분쟁해결 모범사례로 살펴 보고 갈 정도다.
조은주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 팀장은 “센터를 통한 갈등 조정방식은 법적 소송에 따른 사회적 갈등비용 절감 효과까지 있다”며 “시민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광주가 가진 공동체적 가치를 되살리는 일인 만큼 마을분쟁해결센터가 분쟁 해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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