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옥천 당재터널 사고가 모티브
대구ㆍ경북 청년예술가들 참여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순직한 우리들의 아버지 77인의 영웅 잊지 않겠습니다.”
1970년 7월7일 총길이 428㎞ 경부고속도로 공사 당시 희생된 77명을 추모하기 위해 대구·경북지역 청년예술가 77명이 참여해 만든 뮤지컬 ‘77인의 영웅’이 31일부터 이틀간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총 4회 열렸다. 이번 공연은 1,000석 규모 객석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뮤지컬은 2023년 추풍령 휴게소 아시안 하이웨이(AH1) 개통식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과거를 회상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현장을 지휘하는 군인과 현장 관리자의 갈등과 무리하게 개통일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주인공인 다섯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냈다.
이번 공연에는 김천혁신도시 한국전력기술 한마음 합창단과 김천대, 김천예고 청소년 뮤지컬 교육센터도 참가했다.
77명의 영웅을 재조명 하는 이 뮤지컬은 김천 출신 뮤지컬 작곡가 겸 감독이자 연출자인 이응규씨가 작곡 및 연출을 맡고 정태준씨와 박혜민씨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뮤지컬은 지난해 경북도가 주최한 청년 창조오디션 공모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뮤지컬 77인의 영웅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 중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옥천군과 영동군을 연결하는 옥천터널(당시 당재터널) 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69년 9월 상행선 590m, 하행선 530m 길이의 당재터널 공사구간에서 천장이 무너진 이 사고로 7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응규 감독은 “고향인 김천에서 경부고속도로의 숨겨진 영웅을 주제로 한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뮤지컬을 계기로 김천을 비롯해 경부고속도로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인공 재혁 역을 맡은 정태준씨는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는데 두 달 넘게 걸렸다”며 “경부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희생되신 산업역군들의 모습을 가슴 속에 새기며 이번 공연을 진지한 자세로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박경식 코라이파파로티문화재단 이사장은 “산업화 시대 건설현장에서 희생되신 숨겨진 영웅들을 재조명하며 세대를 아우르고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다 희생된 77인의 영웅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지게 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 뮤지컬이 김천 초연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을 주관한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은 이번 뮤지컬 공연을 계기로 내년 한국도로공사 50주년을 맞아 경부고속도로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금강휴게소와 추풍령휴게소, 당재터널과 연계한 지역 청소년 대상 현장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1일 첫 삽을 뜬 후 당재터널 공사를 마지막으로 1970년 7월7일 완공될 때까지 2년5개월 동안 890만명이 투입됐고 공사비는 당시 한 해 국가 예산의 23.6%인 429억7,300만원이 들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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