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3회 연속 동메달을 따는 성과를 남겼다.
윤 감독은 대만을 맞아 주전수비수 임선주(28ㆍ현대제철)를 선발 명단에서 뺐다. 임선주는 사흘 전 일본과 준결승에서 1-1로 팽팽하던 종료 4분 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 헤딩슛을 막으려던 임선주의 머리에 맞고 공이 골문 안으로 향하는 바람에 결승 골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임선주는 4년 전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도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길게 넘어온 공을 머리로 걷어내려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결승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4년 주기로 반복된 불운에 임선주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국 선수들은 대만전에 앞서 임선주를 위해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임선주를 위로하는 사진과 문구를 SNS에 띄우며 위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은 15위, 대만은 42위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대만을 2-1로 이겼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한국은 이날도 초반부터 대만을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18분 ‘에이스’ 지소연(27ㆍ첼시레이디스)이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멋진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31분에는 장슬기(24ㆍ현대제철)의 크로스를 이금민(24ㆍ한국수력원자력)이 찍어 누르듯 헤딩슛으로 연결해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후반 32분에는 이민아(27ㆍ고베아이낙)가 골대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쐐기골을 만들었고 종료 직전 문미라(26ㆍ수원도시공사)가 1골을 더 보탰다.
한국 선수들은 잇달아 득점에 성공한 뒤에도 환하게 웃지 않았다. 잘 싸우고도 일본에 무릎 꿇은 준결승 결과가 그만큼 가슴 아팠다. 그러나 한국 여자 축구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3회 연속 동메달도 충분히 값지다.
아시안게임을 끝낸 한국 여자 축구는 내년 6월 프랑스 여자월드컵 준비에 들어간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