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 시절엔 반대했지만
“은산분리와 달리 공감대 형성”
당내 의견 충돌 가능성 낮아
일각 “무분별 활용” 우려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규제개혁시리즈 3호’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꺼내 들면서 핵심인 개인정보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이 혁신성장 고강도 드라이브에 나섰지만 정작 여당에서 발목이 잡히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미 1, 2호 규제개혁 대상으로 지정한 의료기기 규제나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들은 여당 내부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이에 더해 개인정보 규제완화 법안 추진까지 밀어붙일 경우 상황이 더 꼬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데이터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인 개인정보 규제완화와 관련해선 ‘비식별화’ 과정을 거친 가명정보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다. 하지만 이를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야당 때부터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은 그 동안 가명정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가 확실히 전제돼야 하고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개인정보 규제완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가 8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됐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표면상 반대 여론이 노골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자칫 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을 모두 반대하는 모양새로 이어질 경우 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정보 규제완화 논의에 나서야 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당내 부정적 기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 연설도 개인정보를 완벽히 보호하는 속에서 활용방안을 찾아보고 검토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빅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없지 않다. 또 이를 위한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안전장치, 즉 감독기관 일원화와 컨트롤타워의 권한 및 독립성 문제 등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데 논의의 초점이 주로 맞춰져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문제와는 결이 다르게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체계 개선 등의 문제를 전제해 놓고 활용가능 한 부분을 얘기해야 하는데 아직 (이 지점에서) 잡음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의료기기 규제 및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규제개혁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당내 이견 조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규제개혁 대상 하나하나가 당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민감한 현안들로 정교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해찬 대표도 당내 상황을 고려해 규제개혁 법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충남 예산에서 진행된 ‘정기국회 대비 의원워크숍’에서 기자들에게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많이 좁혀졌다고 보고 받았다”면서도 “워크숍에서 더 논의한 뒤 다시 의총에 부쳐 당론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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