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대표 바이든 전 美 부통령
추도식서 조사 낭독하며 눈물
“둘 다 상원을 사랑했다” 강조
분열 키우는 현재 정치권 개탄
“(정치적 이견으로) 싸우기도 했지만, 우리는 언제나 형제였다.”
30일(현지시간)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추도식이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노스 피닉스 침례교회. 스스로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내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미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해온 두 정치 원로는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은 달랐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동체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둘도 없는 동지였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우리는 둘 다 상원을 사랑했다”면서 협치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분열만 조장하는 현 정치권을 개탄하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CNN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70년대 외교위 소속 상원의원(바이든 전 부통령)과 해군의 의회 연락장교(매케인 의원)로 처음 만난 이후, 1980~90년대에는 나란히 상원의원으로 본회의장 토론 때마다 옆자리에 앉은 ‘짝꿍’이었다. 2008년 대선 당시 각각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반 세기가 넘는 우정을 이어왔다. CNN은 “미국 정치가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편의 주장은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바이든의 추도사는 미국 정치가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민주당은 물론, 주류 언론들을 ‘미국의 적’으로까지 몰아 붙이며 대립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추도식에는 민주ㆍ공화 정파를 불문한 다수의 연방의원이 참석하는 등 인파 1만명이 몰렸다. 2시간 동안의 추모식이 끝나고 성조기로 덮인 관이 교회를 빠져나갈 때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울려 퍼졌다.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며 싸웠던 고인의 치열했던 삶을 격려하는 듯한 선곡이었다. 매케인 의원의 관은 31일 미 의회 중앙홀에 하루 동안 안치된다. 장례식은 9월1일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뒤 모교인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 안장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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