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가 북서부 반군 최대 거점 이들리브를 수복하기 위한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시리아 평화협상을 주관하는 유엔이 민간인 피해를 우려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30일(현지시간) 이들리브주에 “퍼펙트 스톰(재난이 겹쳐 최악의 대재앙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에 휘말린 민간인이 전쟁 중 사망하거나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시리아 정부의 알레포ㆍ동(東)구타 수복 작전, 시리아민주군(SDF)의 락까 수복 작전 등이 상당한 민간인 피해를 유발했는데 비슷한 상황이 인구 밀집 지역인 이들리브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들리브 일대에는 시리아 전국토에서 전쟁을 피해 모여든 민간인이 대략 100만이 될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일부는 지속적인 공격으로 터키 국경 방면으로 피신한 상태다.
미스투라 특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노력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러 오판이 겹치면 전례 없는 충돌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스투라 특사가 언급한 ‘논의’는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와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ㆍ이란 간 협상을 가리킨다. 터키는 시리아 정부군의 북상을 최대한 저지하고 싶어하지만 이들리브 일대를 장악한 옛 알카에다 계열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에 대해서 시리아는 물론 러시아도 무관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투 자체는 조만간 벌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28일 시리아 북서부 해안가에 전함 최소 10척과 잠수함 최소 2척으로 구성된 함대를 배치시켰다. 9월 1일부터 대규모 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들리브 전투에 대비한 배치다. 미군이 시리아 정부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미사일 폭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들리브에 있는 “테러리스트의 온상”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알누스라전선(HTS의 옛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리브를 향한 공격은 어디까지나 ‘테러와의 전쟁’임을 강조해 미국 등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다. HTS는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시리아 내 협상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는 테러집단’이지만, 서방은 사실상 이들의 활동을 묵인해 왔다. 라브로프 장관도 이들리브 지역의 테러집단이 민간인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며 이들리브 공세의 군불을 땠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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