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새 판을 짜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마크롱은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지역의 안정을 위해 이웃인 러시아, 터키와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터키는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DPA 통신에 따르면, 핀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비전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잘못과 오해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버 안보 협력방안을 논의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미 러시아와 물밑 논의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에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유럽이 스스로의 안보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하면서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개입구상(EI2)에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깜짝 선언했다. 그는 또 “유럽의 방어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안보의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일 것”이라며 마크롱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핀란드는 EU의 회원국인 반면, NATO에서는 빠져 있다. 다만 1994년부터 군사협력과 평화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EI2는 유럽국가들의 독자적인 군대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기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미국의 도움 없이 유럽 국경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2차 대전 이후 지속된 미국과 NATO 주도의 유럽 군사대응 체제에 반기를 든 셈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의기투합으로 지난 6월 발족하면서 벨기에,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스페인,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 총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마크롱이 주창한 유럽 독자안보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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