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전 전승, 무실점으로 승승장구하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29일 한국과의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완패하자,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징병제가 회자되고 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gold)을 잡지 못할 경우 세계적 스타플레이어인 손흥민(토트넘)이 총(gun)을 잡아야 하는 상황은 세계 축구계에서 이미 화제가 된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엄격한 한국의 병역제도가 한국팀의 전력 향상에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0일 현지 축구전문 매체 봉다오는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한국 남성은 21개월 동안 복무해야 한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은 병역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매체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낼 경우 군복무를 면제 받는다”며 “손흥민이 막 개막한 프리미어리그를 제쳐놓고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구 9,600만명인 베트남의 상비군 규모는 50만명정도로 한국(약 60만명)보다 작다. 모든 베트남 남성은 27세 전 24개월간 군복무를 해야 하지만 한국처럼 병역문제에 민감하지 않다. 매년 중앙정부가 각 성에 필요한 병력자원 숫자를 내려 보내면 지방 정부는 이를 채우기 위해 징병을 하는데, 약시 등 신체상의 이유가 있거나 가족 중 베트남전 전사상자 있을 경우 등 면제 사유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처럼 입사 때 병역필 여부를 기재하지 않아도 돼 ‘군복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보기 어렵다.
베트남과 달리 엄격한 군복무 의무를 진 손흥민의 처지에 대해 베트남 축구팬들은 “유능하고 젊은 한 선수의 미래가 이(결승전) 게임에 달려 있다”면서 다소 동정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매체 스포츠전문 기자는 “강력한 한국 축구 뒤에 병역면제 조건이 제시된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다”며 “많은 베트남인들이 한국 우승을 기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박이 흥한 베트남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많은 돈을 베팅하는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손흥민의 인기는 높다.
해외의 다른 매체들도 한 축구 스타와 남북 분단, 군 문제가 맞물려 있는 한국의 현실에 주목했다. 미국 CNN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토트넘 스타의 인생을 바꿀 결승전”이라고 보도했고, 영국 BBC는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화이트 하트레인(토트넘 홈구장)에 남을지, 집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베트남은 9월 1일 오후 3시(현지시간) UAE와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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