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터넷 매체 복스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에 종전선언 서명 약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직후 한국전쟁을 끝내는 선언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 특보도 이날 미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미가 처음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복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곧 평화 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지난 6월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도 같은 약속을 한 것으로 북한이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후 ‘종전선언에 서명하기 전 북한이 먼저 핵무기 대부분을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며 태도를 바꿔 북한이 이를 약속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북미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부위원장을 만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종전선언에 긍정적인 언급을 여러 차례 내놨다. 하지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미 정부와 조야에선 종전선언이 한미 군사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고 한미 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문 특보는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면 북한 군부에 체면을 잃을 수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다리로 종전선언 채택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되돌릴 수 없는 조치’라는 미 조야의 우려에 대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죽음을 제외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우려대로 북한이 비핵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종전선언을 통해 한미 동맹 약화 의도를 드러낸다면 이를 되돌리면 되는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의 방북 취소는 9월 남북 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한 한국 정부에는 충격이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9월 유엔 총회를 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한다면 멋지지 않겠느냐"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정말로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 채택을 거듭 주장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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