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군 주장하다 4000명 추가 파병
탈레반ㆍIS는 정부군과 교전 계속
친미 가니 정권은 내분 빠지기도
# 美, 탈레반 비밀 접촉… 성과 없어
“트럼프 신아프간 전략 실망했다”
러시아ㆍ중국 개입 가능성도 제기
‘예외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임자 2명(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을 괴롭혔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된 아프간 전쟁을 ‘재앙’이라고 부르며 철군을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1일(현지시간) “우리 군대는 승리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적극 개입을 선언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고립주의를 포기하면서까지 승부수를 던진 셈이지만, 미군 4,000명 추가 파병을 골자로 한 트럼프의 ‘신(新) 아프간 정책’ 역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정부군과 미군의 보급선을 차단하는 탈레반의 치고 빠지기식 작전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마저 내분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 아프간 기본전략은 카불의 친미 정권이 탈레반의 공세에 버틸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 준 뒤 명예롭게 철군하는 것인데, 가니 정권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런 희망은 요원해 지고 있다.
가니 정권의 위기는 내분에서 시작됐다. 치안ㆍ국민단합 문제 등에 관한 입장 차이로 최근 모하메드 하니프 아트마르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하면서 정권 핵심부의 균열이 표면화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시절 내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아트마르는 가니 정권의 핵심 인사이지만 내년 4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해, 가니 대통령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정보국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인내심 많고 견실한 전략가인 아트마르가 떠난 것은 가니 정권이 격렬한 내분에 빠져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카불의 정세분석가인 하로운 미르는 NYT에 “가니 정권 내부의 분열이 더 진행된다면 미국의 아프간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의 공세는 가열되고 있다. 지난 21일 가니 대통령이 이슬람 축일인 이드 알 아드하를 맞아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는 동안 대통령궁과 미 대사관 등에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수도 카불 치안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또 전략적 요충지인 카불 남서쪽 가즈니시를 점령하기 위해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고, IS도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공격을 잇따라 퍼붓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신 아프간 정책을 대체로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존 니콜슨 주 아프간 미군사령관은 정부군의 주민통제가 향후 2년간 64%에서 8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여전히 65%에 머물고 있다. 탈레반을 평화협상에 앉히려는 노력도 여의치 않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평화협상을 위해 카타르에서 탈레반 측과 비밀리에 접촉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 아프간 전략을 발표하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면서 “아프간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실망감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아프간은 잊혀진 전쟁에서 무시되는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18년째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과 서구는 왜 이 전쟁에 뛰어들었는지, 왜 지금 이곳에서 싸우는지 잊어버리고 있다”고 비꼬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하고 싶지만, 가니 정권은 미군 없이 독자적으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미국과 별개로 평화협상 주재를 시도하고, 중국이 대 테러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이 지역에서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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