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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푸틴, 대국민 담화로 정면 돌파

입력
2018.08.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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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안 발표 79일 만에 직접 국민 설득 나서 

 “매우 이례적, 푸틴 지지율 방탄 아니었다” 

 여성 연금 수급 연령 63세에서 60세로 수정안 

 이대로 가면 러시아 망한다 ‘위기론’도 부각 

 야권 “해외 군사작전 때문에 재정적자” 비판 


한 러시아 중년 남성이 29일 낮 12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방송되는 화면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랴잔=타스통신 연합뉴스
한 러시아 중년 남성이 29일 낮 12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방송되는 화면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랴잔=타스통신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낮 12시, 러시아 전역에는 카메라 앞에 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분 내내 비장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생중계 됐다.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크렘린 궁이 준비한 대국민담화였다.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막아보겠다며 야권 지도자를 전격 체포했지만 성난 민심을 붙잡을 수 없게 되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방탄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싸늘해진 여론을 되돌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국민담화는 푸틴 집권 이래 매우 드물었던 이례적인 조치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만큼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정권은 흔들 만큼의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6월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틈타 연금 개혁안이 발표된 지 두 달 만에, 줄곧 80%대 고공행진을 견고하게 유지해오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로 추락했고, 러시아 거리 곳곳에선 “푸틴은 도둑”이란 구호가 들끓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여성 유권자들을 겨냥한 수정안을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그는 “본업에 더해 가정 일까지 이중고를 겪는 여성의 연금 수령나이를 기존(55세)에서 8년이나 바로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연금 수급 연령을 60세로 낮추는 방안과 함께 3명 이상 자녀를 둔 여성은 조기 은퇴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으론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이 러시아를 망칠 수 있다며 위기론도 한껏 부각시켰다. “이대로 연금체제가 운영되면 러시아는 파산한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 연금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경제가 치명타를 맞고, 이로 인해 국가 안보도 담보할 수 없다”거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혹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로 연금 개혁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열을 올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산율이 하락해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가 지속돼 2044년에는 연금 수급자가 근로가능 인구와 맞먹게 될 것이라는 통계도 근거로 들었다. BBC도 현재 추세에 따르면 2050년 러시아의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정에 화살을 돌리는 시각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18년 재임 기간 동안, 권력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해외 군사 작전을 벌이이면서 경제가 어려워졌고, 덩달아 연금 재정도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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