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영상 전송… 해상도 4배 향상
정보 보내는 속도 18배나 빨라져
태풍 등 예보 정확도 높여
국내 독자기술로 제작 의미도 커
29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 이곳에선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최초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A호’의 추진시스템 점검 준비가 한창이었다. 추진시스템 점검은 발사장으로 위성을 옮기기 전 이뤄지는 마지막 시험이다. 박종석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위성을 밀폐된 컨테이너에 넣고 추진기기에 연료 대신 가스를 넣어 가스가 새지 않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금빛 단열재로 둘러싸인 천리안 2A호는 올해 1월부터 진행된 혹독한 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1월에는 최대 150데시벨(dB)의 소리를 발생시켜 위성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음향시험을 진행했다. 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가 하늘로 솟구칠 때 발생하는 굉음을 견딜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150dB는 대형 수송기가 이륙할 때 나오는 소리 크기다. 4월에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크기(지름 8mㆍ길이 10m)인 열진공장치에 위성을 넣고 우주환경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윤용식 우주환경시험부장은 “열진공장치 내부를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만들고 온도 역시 영하 150도로 떨어 트려 이상 여부를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막바지 세부 점검이 끝나면 천리안 2A호는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우주센터로 옮겨진다. 임무 기간이 2020년 3월까지인 국내 첫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1호를 대체하기 위해 다국적 우주개발업체 아리안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정지궤도위성은 고도 3만6,000㎞ 상공에서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지구를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볼 땐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성을 말한다. 최재동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발사 시기는 11월30일에서 12월10일 사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천리안 2A호보다 먼저 발사계획이 잡힌 다른 나라 위성 4개 중 1기라도 발사가 미뤄지면 천리안 2A호가 우주로 가는 시기 역시 연장될 수 있다.
2010년 발사된 천리안 1호보다 관측 성능이 대폭 향상된 게 특징이다. 천리안 1호는 가시광선 관측 해상도가 가로ㆍ세로 1㎞인데 반해, 천리안 2A호는 가로ㆍ세로 최대 0.5㎞로 해상도가 4배 높다. 또 천리안 1호는 관측하는 채널(빛의 영역)이 5개(가시광선 1ㆍ적외선 4)였다. 반면 천리안 2A호는 16개(가시광선 4ㆍ근적외선 2ㆍ적외선 10)다. 기존에는 빛을 5개로 쪼개 살폈다면 천리안 2A호는 16개로 나눠 관측한다는 뜻이다. 최 단장은 “가시광선 채널이 1개인 천리안 1호로는 한반도 기상 상황을 흑백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내년부턴 선명한 컬러영상으로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름이 갑자기 두꺼워지면서 발생하는 국지성 호우는 물론, 뇌우까지 더욱 정확한 예보도 가능해졌다.
관측 정확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궤도결정 정밀도 역시 천리안 1호는 18㎞였지만 천리안 2A호는 2㎞로 좁혀졌다. 궤도결정 정밀도는 지상에서 파악한 위성 위치와 실제 위치의 오차를 뜻한다. 관측자료 전송 속도는 18배 빨라졌다. 이를 통해 관측할 수 있는 기상정보 종류도 52종(천리안 1호는 16종)으로 늘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프랑스 에어버스와 함께 만든 천리안 1호와 달리 천리안 2A호는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한 것도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천리안 2A호는 발사 후 20일 만에 운영궤도(동경 128.2도)에 안착한 뒤 6개월간 초기 운영과정을 거쳐 본격 기상 관측에 나서게 된다. 해양ㆍ환경 관측 목적의 천리안 2B호는 내년 발사된다. 2011년 7월부터 시작된 두 위성 개발에 7,200억원(2A호 3,252억원ㆍ2B호 3,948억원)이 들어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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