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지 교역 확대 의지도
중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 지연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 미국에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미국이 요구한 러시아 기업ㆍ선박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를 반대하며 러시아와 공동전선을 편 것이다. ‘미국 대 중국ㆍ러시아’ 구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중 접경지역 교역이 유엔 제재의 틀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항변이자 교역 확대에 대한 의지로 해석된다.
30일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대북 석유 불법 환적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 기업 2곳과 선박 6척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제재하자는 미국 요구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의 이의제기 시한인 전날 러시아와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5개 이사국의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운영되며 이번처럼 특정 국가가 반대하면 제재 리스트를 추가할 수 없다. 앞서 미국은 지난 21일 북한을 위해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석유를 불법 환적한 혐의로 러시아 기업과 선박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한 뒤 안보리에도 제재를 요구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이미 예상됐다. 양국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안보리 대북제재의 완화 내지 해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도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하다 미국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달에도 안보리 결의 상한선을 위반했다며 미국이 요구한 대북 정제유 추가공급 금지 요구에 대해 6개월간의 검토시간 필요를 이유로 대북제재위 결정을 가로막았다.
중국의 이번 러시아 기업ㆍ선박 제재에 대한 반대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 지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눈길을 끈다.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북제재 고삐를 풀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핵심이란 점에서다.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해온 중국이 마찬가지로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사고 있는 러시아와 손잡고 유엔 무대에서 미국에 반격을 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문제를 두고선 미국과 중국ㆍ러시아 간 간극이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러시아 편들기는 비핵화 협상 지연에 따라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달리 북중 접경지역 교역을 더 확대하겠다는 메시지의 성격도 크다. 실제 중국은 지난 27일 지린(吉林)성 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에서 대규모 국제무역 행사인 ‘옌지ㆍ두만강 국제투자무역상담회’를 개최했다. 개방ㆍ혁신ㆍ협력ㆍ상생을 주제로 내세움으로써 북중 접경지역에서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중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ㆍ러시아ㆍ일본ㆍ대만ㆍ홍콩ㆍ마카오 등지의 관계자 1만여명을 초청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머지 않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북중 경협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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