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차량에
주민이 잠금장치 걸어놔 못 팔아
경찰 “타인 재물로 문제 소지 있어”
자신의 차량에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불법주차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고 사라진 50대 운전자가 나흘째 방치된 차량을 중고차 업체에 넘기려다 실패했다. 한 주민이 차량 바퀴에 채워 논 차량용 잠금 장치 때문인데, 경찰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인천 연수경찰서와 주민들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단지 정문 인도에는 이 아파트 주민 A(51)씨의 캠리 승용차가 나흘째 방치돼 있다. A씨는 관리사무소가 자신의 차량에 불법주차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 27일 오후 지하주차장 입구에 차량을 대놓고 사라졌다. 주차장 입구는 주민들이 차량을 인도로 옮기기 전까지 6시간 동안 막혀 있었다.
주민들은 이후 A씨 차량 앞과 뒤, 옆을 차량과 대리석 볼라드, 화분 등으로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A씨는 28일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스티커를 떼고 사과하지 않으면 차량을 옮기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방치된 차량을 중고차 업체에 넘기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한 중고차 업체에서 A씨 차량을 견인해 가져가려다 실패했는데, 한 주민이 차량 앞 바퀴에 잠금 장치를 걸어놨기 때문이다. 이 주민은 A씨가 사과하면 잠금장치를 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업체 측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자대표단과 협의를 벌였으나 결국 차량을 가져가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차량에는 전날까지 ‘부끄럽지 않은 어른 됩시다’ 등 A씨를 향한 쪽지가 붙어있었으나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자제 요청을 하면서 모두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대신 가수 설현 사진이 인쇄된 입간판과 주민 의견을 묻기 위한 설문 게시판을 차량 앞에 설치한 상태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다음달 초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이 주차장 입구를 막은 A씨 차량을 옮긴 것은 아파트 내 사유지에서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한 자구행위로 보인다”라며 “다만 A씨 차량에 잠금장치를 채운 것은 타인의 재물을 일시적으로라도 쓰지 못하게 하고 A씨와 중고차 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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