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만5000곳 대상 무허가 축사 중
이행계획 제출은 6113곳에 그쳐
# 개발제한ㆍ접도구역 등 별도 규제에
적법화 불가 땐 생업 접어야 할 수도
전북 완주군에서 한우 35마리를 기르고 있는 박모(34)씨는 지난해 4월 무허가축사를 적법하게 바꾸려고 군청을 찾았다 어이없는 통보를 받았다. 축사 통로 위로 지붕을 설치한 부분만 위법 사항인 줄 알았는데 축사가 1997년 확장된 도로의 접도구역(도로경계선으로부터 5m)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된 것. 박씨는 적법화를 위해 도로를 매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군청에 요청했지만 매각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박씨는 “접도구역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결국 축사를 철거해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박씨처럼 위법 요소가 있어 적법하게 바꿔야 하는 무허가축사는 전국에 6만5,000여호나 된다. 그러나 이중 적법화 이행기간을 추가로 부여 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가축분뇨배출시설(축사)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3만9,262호에 불과하다. 신청서를 제출한 농가는 9월 27일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추가로 내야 한다. 농가가 실제 적법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법 위반 내용 ▦축사 측량 실시 계약서 ▦적법화 추진 일정 등을 자세히 담은 계획서를 내도록 하는 절차다. 그러나 계획서 제출 마감을 한달 앞둔 이달 27일까지 이행계획서를 낸 농가는 6,113곳에 그쳤다. 무허가축사를 적법화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한 농가의 15.6%만 이행계획서를 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3월 가축분뇨법, 건축법, 국토계획법 등을 위반한 무허가축사에 사용 중지 및 폐쇄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단 농가들이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2018년 3월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했다. 이후에도 적법화 실적이 부진하자 지난 2월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9월 27일까지 제출하는 농가에 한해 이행기간을 ‘1년+α’ 추가로 부여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행계획서 제출 실적이 부진한 것은 박씨처럼 축사를 적법화할 경우 아예 생업을 포기해야 하거나 별도의 규제 완화가 없는 한 적법화가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한우 126마리를 기르고 있는 이모(56)씨는 부모님에게서 물려 받은 축사를 행정처분 유예 기간 일몰(2018년 3월)에 맞춰 적법화하려 했지만, 축사가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어 축사를 몽땅 이전해야 하는 처지다. 이씨는 “축산업으로 여덟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졸지에 생계를 접어야 할 상황”이라며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주든지 정부가 축사 이전을 지원하든지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관계부처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농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관망세다. 축산업계에선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을 연장하거나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1개월 뒤면 축산업을 아예 포기하는 농가, 적법화가 어려운 농가, 이행계획서가 반려된 농가를 포함해 약 1만여 농가가 행정처분만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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