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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심의 때마다 죽다 살아나는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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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심의 때마다 죽다 살아나는 예산

입력
2018.08.30 14:56
수정
2018.08.30 22:06
0 0

광주시의회 상임위서 삭감하면

예결위가 되살려내는 관행 여전

현대차 위탁조립 공장 7억 부활

“집행부 길들이기” “시장 거수기”

비판 속 “예산 낭비 우려” 지적도

광주광역시의회 청사 전경
광주광역시의회 청사 전경

“예산은 부활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기간 때만 되면 관가에선 이런 얘기가 어김없이 들린다. 상임위원회가 심사해 삭감한 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거짓말처럼 되살아나는 일을 빗댄 것이다. 예결위의 ‘삭감 예산 되살리기’는 상임위의 예산 심사를 무력화시키고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크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의 예산 삭감=집행부 길들이기’, ‘예결위의 삭감 예산 부활=집행부의 로비 결과’라는 공식까지 생겨났다.

민선 7기 들어 첫 추경 예산안 심의에 나선 광주시의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2018년 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통해 산업건설위원회가 전액 삭감한 광주형 일자리 관련 연구용역 예산 7억원을 되살렸다. 예결위가 이날 부활시킨 예산은 현대자동차와 위탁조립 공장(합작법인) 설립사업타당성조사 2억원과 사업성분석 및 경영전략용역 3억원, 법무법인 선정용역 2억원이다. 앞서 23일 산업건설위는 “시가 관련 용역안을 이제서야 올리면서 현대차와 투자협약을 8월 중에 마무리하겠다는 건 앞뒤가 뒤바뀐 행정”이라며 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예결위는 또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선정을 위한 공론화 용역 예산(3억8,000만원) 중 68%인 2억6,000만원을 삭감한 상임위와 달리 이를 모두 되살린 뒤 통과시켰다. 상임위는 공론화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편성의 부적절성을 지적했지만 예결위는 이를 무시했다.

이처럼 예결위가 상임위 결정을 뒤집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상임위 심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건설위 소속 한 시의원은 “예결위에서 이런 식으로 상임위 의결을 무시하면 상임위 심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재배정되는 잘못된 관행은 예산 낭비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상임위가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집행부 길들이기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산업건설위는 광주형 일자리 관련 연구용역 예산을 삭감할 당시 시가 현대차와 진행 중인 협상 내용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번번이 무시한 데다, 그간 의회와의 소통도 없었던 데 대해 불만이 컸다. 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예산안 삭감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해당 부서 관계자들이 예결위 위원들을 상대로 삭감된 예산을 되살려 줄 것을 부탁하는 등 로비를 펼쳤다. 예결위 소속 한 시의원은 “현대차 위탁조립 공장 관련 연구용역 예산이 삭감된 뒤 해당 부서 간부가 찾아와 예산 부활을 부탁했다“며 “산업건설위 소속 의원들이 업무보고와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 투자협상과 관련한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 실시 등을 주문해 놓고 정작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23개 의석 중 22석을 싹쓸이한 더불이민주당 소속의 광주시의원들이 같은 당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시장은 28일 시의회와 간담회에서 “도시철도 2호선 문제가 광주시정을 마비시키는 일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앞으로 중요 정책은 시의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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