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정성당 송현 주임 신부
예비부부 한 명만 신자여도 예식
실비만 내는 저렴한 결혼식 가능
“주중엔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
“가정, 자녀 문제는 교회도 나서야”
“결혼은 가정의 출발점으로 사목(司牧)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도와야 하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전국 첫 혼인전문성당인 ‘부산가정성당’의 송현(49) 주임신부는 31일 문을 연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송 신부는 천주교 부산교구 가정사목국장이기도 하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지난 19일 봉헌식을 가진 혼인 미사를 전문으로 하는 ‘부산가정성당’(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신자들의 신청을 1일 첫 미사 이후 받기로 했다. 신랑과 신부 중 한 명 만 신자라도 혼인 미사가 가능하다.
송 신부는 “이 시대에 자주 회자되는 가정, 혼인, 자녀 문제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 교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특히 결혼은 부부가 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근본인 만큼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가톨릭 교회가 따뜻한 마음으로 가정의 출발을 돕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혼인전문성당을 짓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산가정성당’의 장소와 관련 있다. 119년 전인 1899년 10월 부산ㆍ경남 지역 최초의 성당인 부산성당이 세워졌던 곳으로, 부산교구가 해당 부지 중 도로 편입 부분 제외한 나머지 성당 터 활용방안을 고심하던 중 혼인전문성당을 세우게 됐다. 송 신부는 “부산교구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성당 자리가 새 가정을 위해 첫 출발하는 분들이 결혼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돼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2016년 6월 공사에 들어가 2년 만에 완공됐다. 전통적인 고딕건축 양식과 붉은 벽돌,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조화를 이뤄 유럽의 여느 아름다운 성당 못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 부지 1,235㎡, 건물 면적 3,159㎡에 지하 2층ㆍ지상 4층 규모로, 성전과 다목적 강당, 상담실, 성가대석, 사제관, 50여면의 주차공간을 갖췄다. 송 신부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예식이 가능할 것”이라며 “예식 비용도 실비만 받아 일반 예식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성당 소속 신자만 대상으로 하는 일반 성당과 달리 다른 지역 신자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혼인미사는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4차례 진행된다.
부산가정성당의 역할은 예식장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중엔 교구민과 일반인을 위한 강연회 등 문화 행사와 가정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송 신부는 “결혼식을 올린 부부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일반인 중 가정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가정’이나 ‘가족’을 이야기할 때 이는 단순히 종교적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모든 분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앞으로 가정을 바로 세우고 유지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많은 분들이 건강한 결혼과 행복한 가정 생활을 누리는 데도 도움을 주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일 첫 혼인미사는 손삼석 새 교구장 주교의 주례로 열린다. 첫 예식을 기념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부대비용, 피로연 등 예식 비용 전액을 교구가 지원하기로 했다. 송 신부는 “이날 첫 혼인미사에 참여하는 신랑과 신부는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가 세운) 알로이시오 고교 출신이라 더 뜻 깊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암남동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폐교했다. 이 학교는 1976년 3월 1일에 개교한 이래 42년간 보육원 출신 아이들의 스승이자 부모 역할을 해왔다.
송 신부는 “부산교구가 부산지역에 본당만 124개를 갖추는 풍요로운 결실을 맺은 것처럼 하느님께 감사 드리는 마음으로 마련한 성당이기도 하다”며 “결혼과 가정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는 공간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성당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3번 출구 20여m 정도의 거리에 있다. 혼인미사 신청은 (051)441-3500로 문의하면 된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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