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가부도 위기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또 다시 S0S를 쳤다.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자 500억 달러(약 55조 5,750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예정보다 일찍 집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IMF도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요구를 수용했다.
(▶신흥국 6월 위기설, 이미 터진 폭탄 아르헨티나http://www.hankookilbo.com/v/39d964dde9e54c759a6b63162904923a)
마크리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는 내년도 금융 프로그램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금을 조기 지원받기로 IMF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도 우리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난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크리 대통령은 IMF가 지급할 구제금융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IMF와 500억 달러를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SBA) 방식으로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IMF는 이 중 150 달러를 즉시 지원하고 나머지 350억 달러는 분기별 검토를 통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8월 들어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와 함께 신흥국 통화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아르헨티나 경제에는 다시 외환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틀째 보유외환을 내다파는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페소 가치는 사상 최저인 달러당 34.20페소까지 미끄러졌고, 7.62%나 급락했다. 2015년 12월 변동환율제가 적용된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45.3% 이상 하락했다. 이렇게 급격하게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내년도 외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당장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249억 달러(약 27조6,500억원)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는 74억 달러(약 8조2,1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마크리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단계적 도입 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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