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받은 편지 때문에 방북을 취소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29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이 이날 회의에서 정보위원들의 질의에 “폼페이오 장관 측이 우리나라에 ‘김영철 편지 내용으로 봐서 이번 방북은 해도 좋은 성과가 없을 것 같아 방북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전달 방법이 편지인지 뭔지는 모르겠다”고 이 정보위원은 덧붙였다. 다른 정보위원은 “폼페이오 장관 측으로부터 방북 취소 사유를 들은 우리 정부 측 인사는 강경화 장관”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한 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이 비밀 편지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밀 편지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파악한 것이 있느냐’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편지 내용에 대해 설명은 들었지만, 편지 자체를 우리와 공유하지는 않았다”며 “편지 자체를 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방북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는 전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하루 만에 취소한 게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비밀 편지 때문이라고 보도했고, 이튿날 CNN 방송이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이 비밀 편지에서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 있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김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가 방북 취소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보도와 관련, “우리가 개별적인 외교적 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전체 국가안보팀이 이 문제를 논의해 지금은 방북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통령도 그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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