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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톱’ 만남이 뉴스가 되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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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톱’ 만남이 뉴스가 되는 아이러니

입력
2018.08.3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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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고위 관계자가 주선한 듯 

 김동연 “이게 왜 뉴스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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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ㆍ장하성 소득주도성장 갈등에 

 경제정책 효과 반감ㆍ시장 혼란 가중 

 靑ㆍ기재부 등 상시 협의체 필요 

29일 오전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문재인 대통령 뒤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입장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29일 오전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문재인 대통령 뒤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입장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회의 때 이래저래 만난다. 일주일에 몇 번씩 본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요즘엔 매일 보다시피 한다. 이런 게 왜 뉴스가 되는지 모르겠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9일 오후 5시30분 서울 통인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411호. 우리나라 경제의 두 사령탑인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사진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두 손을 꽉 잡는 장면을 연출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국무회의나 경제장관회의 등을 통해 자주 만나긴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공식 회의가 아닌 자리에서 따로 만난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54일 만이다. 당초 두 사람은 첫 회동 이후 2주마다 정례적으로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동안 회동은 없었다.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하고 있다는 두 사람의 거리는 그만큼 멀었다. 급기야 두 사람이 그저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의 주요 뉴스가 되는 희한한 상황이 전개됐다. 일각에선 “일심동체가 돼야 할 두 사람이 만나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어서야 한국 경제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푸념도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지난 달 6일 조찬회동 이후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지난 달 6일 조찬회동 이후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여러 자리에서 자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데도 마치 ‘갈등’이 깊은 것처럼 비쳐지는 게 못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갈등설이 불거질 때마다 두 사람은 “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이를 토론을 통해 조정해 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녹음기를 틀고 있다. 실제로 견제가 없는 정책은 외골수로 흐를 우려도 없잖다.

문제는 실제로 두 사람의 상반된 목소리는 전혀 조정이나 협의가 되지 않은 채 각각 날것으로 나오는 데 있다. 경제 투톱의 발언 하나 하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장과 기업에는 말 한마디가 중요한 신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주요 정책에 온도 차가 확연하다.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김 부총리는 둔화된 고용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른 시간 안에 고용이 회복되긴 쉽지 않다”고 밝혀, 전날 “연말까진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한 장 실장과 다른 의견을 내 놨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180도 다른 소리를 했다. 녹음기에서 나오는 소리와 달리 두 사람의 골이 이미 깊어 더 이상 한 배를 타기 힘든 상태란 이야기도 들린다. 이날 회동도 어느 양쪽이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주선으로 어렵사리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엇박자에 경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가 두 사람 간 불협화음으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면서 정책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벌인 것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이미 무너졌다는 것”이라며 “김 부총리와 장 실장간 궁합이 맞지 않아 시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교수는 “당국자 간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국민들에겐 협의를 거쳐 하나의 목소리가 전달돼야 한다“며 ”각기 다른 메시지가 나오니 3대 경제정책 기조의 내용도 불명확해지고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과거 ‘서별관회의’ 같은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서별관회의는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 관련 법 개정과 경제ㆍ금융 정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인 서별관에서 열린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회의다. 기재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이 회의는 박근혜 정부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는 밀실 비공식 회의체에서 중요한 경제 정책이 결정되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폐지됐다. 신 교수는 “이견을 조율하는 협의체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현안간담회나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이 수시로 개최되고 있지만 이런 공식 모임에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가지 못한다”며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회동 정례화가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이날 회동에서 고용시장에 대해 연령별, 업종별, 종사상 지위별 동향까지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지역 일자리를 집중 발굴하고 고용ㆍ산업 위기지역에 대해 목적예비비 등을 활용한 지원 대책을 조기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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