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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통계수장 의회 인준까지… 한국은 ‘기재부 외청’ 입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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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통계수장 의회 인준까지… 한국은 ‘기재부 외청’ 입김 노출

입력
2018.08.30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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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임기 5년 보장에 연임 가능

정권 바뀌어도 외풍에 안 휘둘려

캐나다선 인사권자 총리 아닌

산업장관에 보고, 독립성 보장

“부처 독립하든 국회 이관하든…

통계청, 신뢰ㆍ중립성 강화 필요”

“한은처럼 정치중립성 지켜줘야”

통계청 노조도 ‘청장 경질’ 반발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미국의 인구ㆍ경제 통계를 생산하고 있는 미 상무부 산하 인구통계국장 자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돼 있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통계 책임자로 앉히지 못하도록 의회가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 둔 셈이다. 더구나 임기는 5년이고 1회 연장될 수도 있다. 통계 수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4년 중임)보다 길게 보장한 것은 각종 정책의 근간이 되는 통계가 정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생산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 캐나다에서는 통계청장(차관급)을 총리가 임명한다. 그런데 통계청장은 총리가 아닌 산업부장관에게 보고한다.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사권자와 보고 받는 이를 달리 한 것이다. 산업부장관에게 보고는 하지만 산업부장관이 통계청장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설문 방식을 바꿨다가 통계청장이 사표를 던진 적도 있을 정도로 자율성이 보장된다. 또 예산을 스스로 편성해, 가용 예산을 청 내에서 재분배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청장 임기 제한은 따로 없지만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청장이 적잖다.

정부가 고용이 줄고 하위 20% 소득도 감소한 통계 지표가 나온 직후 임기를 갓 1년 넘긴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한 뒤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장의 지위를 임기제로 보장하거나 통계청이 외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정부 편제를 바꿀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책 효과가 통계상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통계청의 독립성 보장되기 힘든 가장 근본적 이유로 기획재정부의 외청인 점을 들었다.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클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계법 제5조에 따르면 통계의 작성ㆍ보급 및 이용에 관한 사항은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통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의결한다. ▦국가통계발전기본계획 수립 및 변경 ▦유사 중복 통계의 조정, 통폐합 ▦통계품질진단 및 개선 등 통계 정책 전반에 관한 사항이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2009~2011년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통계청장이 차관급으로 승격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 왔지만 여전히 기재부 외청으로 남아있어 독립성이 제약되는 측면이 많다”며 “장관급 부처로 독립하거나 청장 임기제를 시행해 독립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도 ‘국가통계발전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독립성ㆍ중립성 강화를 위해 그 소속을 기재부 외청으로 존속시킬지 아니면 국무총리실 혹은 국회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통해 정책 효과를 입증하는 기구를 별도로 둔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미국의 증거기반정책위원회(Commission on Evidence-Based PolicymakingㆍCEP)가 대표적인 예다. 이 위원회는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통계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도로 여야 공동 제안을 통해 세워졌다. 정부가 의회와 함께 15명의 위원들을 임명하는데, 통계를 통해 실제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책 수혜자가 다양해지면서 정책 효과를 통계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투영된 기구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정책 효과를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정부가 통계청장 교체를 통해 사실상 ‘맞춤형 통계’를 생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통계청 안에선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현 제도상 통계청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한국은행 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고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성명서는 “소득 분배 및 고용 악화 통계가 발포돼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행된 청장 교체는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며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꼬집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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