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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증여세 탈루, 친인척 계좌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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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증여세 탈루, 친인척 계좌도 추적

입력
2018.08.30 04:40
수정
2018.08.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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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역

20ㆍ30대 고가 분양권 취득자

감시망 넓혀 자금흐름 포착

29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편법 증여 등 부동산 거래 탈세혐의자 36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편법 증여 등 부동산 거래 탈세혐의자 36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한 김모(30)씨는 최근 경기도의 10억원대 상가를 구입했다. 상가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고려해도 최소 수억원의 자본이 필요한 고가 부동산을 소득이 없는 김씨가 구입한 셈이다. 사실 김씨의 부동산 거래대금 출처는 부모였다. 호텔을 경영하는 어머니가 상가 취득자금을 매도자에게 바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김씨에게 현금을 ‘우회’ 편법 증여한 것이다. 국세청은 김씨에게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황모(35세)씨는 최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2채를 사들였다. 10억원 이상의 돈이 들었는데, 자금 출처는 역시 부모였다. 황씨 아버지가 은행 창구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면 이 돈을 곧장 황씨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넣는 방식을 썼다. 이 같은 과정은 수 차례 반복됐다. 김오영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계좌이체를 통해 아들에게 돈을 넘겨주면 현금 거래내역이 고스란히 남고 과세당국의 추적을 받을 수 있으니 ‘고육지책’으로 이 같은 수작업을 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29일 부동산 세금 탈루 혐의가 높은 36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거액의 자금을 편법 증여하고 이 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며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탈세 혐의자 360명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며 “집값이 급등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주요 대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국토교통부도 서울 4개구(종로ㆍ동작ㆍ동대문ㆍ중구)를 투기지구로, 경기 광명ㆍ하남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 국장은 “(중점 조사대상 지역은) 국토부 등에서 발표한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대부분 자금 마련이 어려운 미성년자나 20ㆍ30대 등이 고가 아파트나 분양권을 취득해 증여세 탈루가 의심되는 경우다. 국세청은 연 급여 5,000만원인 20대 중반 사회초년생이 의대 교수인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33억원에 구입한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청약과열지역의 분양가 14억원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된 19세 미성년자 ▦25억원 상가 및 12억원 아파트 전세권을 취득한 유학생 등도 국세청의 조사망에 올랐다. 모친에게 증여 받은 토지를 양도하며 양도가액을 기준시가의 50% 수준인 110억원에 신고(다운계약)해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부터 조사 대상자뿐 아니라 그의 친ㆍ인척 자금변동 내역까지 세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라며 “자금거래가 지능화되고 복잡해진 탓에 감시망을 보다 넓혀야 정확한 자금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강도를 계속 높일 계획이다. 앞으로 전국 지방청ㆍ세무서에 774명 규모로 ‘부동산 정보수집 전담반’을 구성해 부동산 관련 탈루혐의자에 대한 상시 분석 체계를 구축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자금조달 계획서 신고자료를 검증한다. 자금조달 계획서는 투기과열지구(서울시 25개구 전체)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경우 정부에 의무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 내역서다.

그러나 집값을 잡기 위해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없잖다. 국세청은 작년 8월 이후 이미 다섯 차례에 걸쳐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다주택자 등에 대한 부동산 세무조사를 실시해 탈루세금 2,550억원을 추징했다. 이날 발표한 조사까지 포함하면 두 달에 한번 꼴로 집값 잡기용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세청 세무조사권이 ‘집값 안정’이란 정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미 수 차례 부동산 세무조사 계획이 발표된 터라 시장의 내성이 생겨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도 “집값은 공급확대 등 부동산 정책과 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고 꼬집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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