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르만 ‘기대되는 공연’ 1위
키신, 10ㆍ11월 독주^협연 잇달아
젊은 스타 트리포노프와 조성진
名 지휘자 파파노와 나란히 협연
부니아티쉬빌리도 11월에 만나
“청중이 존재하지 않는 녹음된 음악은 온전한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 공연장과 악기 상태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 공연마다 완벽한 연주를 추구하면서도 “연주에 완성이란 경지는 없다”고 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2)의 말이다. 지메르만은 음악이 작곡된 당대의 악기 소리에 근접하게 연주하기 위해 자신의 피아노를 분해해 비행기로 실어 나르기도 한다. 그가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지메르만의 공연은 올해 클래식 공연 중 단연 기대되는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 말 한국일보가 클래식 관계자 6인에게 물은 ‘기대되는 공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메르만은 10월 19일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연주한다. 지메르만이 젊은 시절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곡가로 꼽아 온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겼다.
지메르만을 비롯한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가을부터 잇달아 무대를 수놓는다. 한국에서 공연을 보기 힘들었던 거장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클래식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4년 만에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7)의 독주회 티켓은 지난 3월 예매 시작 몇 분만에 전석 매진됐다. 키신은 10월 2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과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들려준다. 지난 3차례(2006ㆍ2009ㆍ2014년)의 공연에서도 팬 사인회가 자정 넘어 끝날 정도로 인기를 자랑한 연주자인 만큼 예매에 실패해 울상짓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키신은 11월 30일에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협연자로 나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2003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다. 이미 12세 때 드미트리 키타옌코의 지휘로 쇼팽 협주곡을 연주하며 세계에 이름 알린 키신이지만, 그의 힘은 재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공연 당일 무대에서 6시간의 리허설 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정도로 그는 연습을 중시한다.
“연주자로서 이미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되는 지메르만”(노승림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과 키신에 이어 그 보다 젊은 세대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다닐 트리포노프(27)도 한국을 찾는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우승(2011년), 쇼팽 국제콩쿠르 3위(2010년)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닌 트리포노프는 조성진(24)과 함께 최근 클래식계 최고 인기 스타로 꼽힌다. 두 사람이 협연자로 나선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상임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의 첫 내한인 것만으로도 주목을 끄는데, 협연자들로 인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1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트리포노프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이튿날 조성진이 베토벤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트리포노프는 2011년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그가 우승한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손열음과 조성진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트리포노프가 3위에 올랐던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조성진은 5년 뒤 우승했다. 조성진은 다음달 12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와도 한 무대에 선다.
지난해 발매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담긴 앨범이 올해 5월 아이튠즈 차트 1위에 다시 오른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1)의 실연도 11월 만날 수 있다. 이 앨범을 함께 녹음한 지휘자 파보 예르비와의 협연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부니아티쉬빌리와 예르비의 호흡은 물론, 예르비가 내년 시즌부터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의 궁합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유엔(UN)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콘서트, 키예프 자선 콘서트 등 사회적 함의가 짙은 연주회에도 자주 나서는 연주자다.
지난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29)은 11월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거장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한 클래식기획사 관계자는 “피아노가 본래 오케스트라 협연 악기로 가장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세계적 거장들이 한 해에 한국을 찾는다는 희소성이 분명히 있다”며 “그 자체로 티켓 파워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야니네 얀센(40)과 힐러리 한(39) 등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들도 잇달아 내한한다. 얀센은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0월 1일, 한은 파보 예르비가 2004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과 함께 12월 한국을 찾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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