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AG서 4위… 육상 첫 4연속 메달 실패
“도쿄올림픽 뛰고 은퇴할 생각”
“역시 네 번째는 잘 안 풀리네요.”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치른 ‘한국 경보의 간판’ 김현섭(33ㆍ삼성전자)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2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옆 도로 코스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20km 경보 결선에서 1시간27분17초로 4위를 차지했다. 2006년 도하 은메달, 2010년 광저우와 2014년 인천 대회 동메달에 이어 한국 육상 최초 4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3위 진샹첸(중국ㆍ1시간25분41초)과는 1분36초 차이였다. 김현섭은 “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다. 4회 연속 메달을 의식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네 번째 징크스’도 떠올렸다. 김현섭은 한국 육상 최초 세계육상선수권 3회 연속 톱10 기록도 갖고 있다. 2011년 대구 4위, 2013년 모스크바와 2015년 베이징은 10위였다. 그러나 네 번째 대회였던 2017년 런던에서 26위에 그쳤다. 그는 “‘이번에도 네 번째 도전은 실패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불길한 예상이 맞았다”고 씁쓸해 했다.
경보는 고독한 스포츠다. 김현섭의 경우 20km를 뛰기 위해 대회 두 달 전부터 1주일에 100km 이상 달린다. 1만km를 홀로 뛰고서야 실전에 나서는 셈이다. 비인기 종목인 육상에서도 경보는 더 소외돼 있다. 남자는 등록된 실업 선수가 10명 안팎이다. 경보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두 발이 동시에 뜨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발이 땅에 닿은 상태에서 다른 발을 내디디며 빨리 걸으려니 ‘오리걸음 같다’는 말도 듣는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걸음이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국내에 심어 준 ‘경보의 전도사’가 김현섭이다.
그는 이날 7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배 최병광(27ㆍ경찰대)을 보며 “나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만 뛰고 은퇴할 생각이다. 그 이후 병광이가 이끌어야 한다. 경보는 비인기 종목이다. 선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훈련할 수 있는데, 참 미안하다”고 안쓰러워 했다. 그러나 최병광은 “김현섭 선배는 한국 모든 경보 선수의 롤 모델이다. 기량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배울 게 많다”며 “선배 덕에 나도 외롭지 않게 국제대회를 치렀다. 남은 2년 동안 김현섭 선배에게 더 많이 배워 발전하겠다”고 오히려 씩씩하게 선배를 위로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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